십자가의 빛, 생명의 빛

[ 미션이상무! ]

김정대 군목
2023년 02월 22일(수) 08:50
전방을 밝히는 전방교회의 십자가.




군종장교들이 전시에 장병들에게 꼭 분배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신앙상징물이다. 신앙상징물의 종류는 종파들마다 각기 다르다. 본래 기독교는 십자가, 천주교는 묵주, 불교는 염주, 원불교는 일원상을 신앙상징물로 보급해 왔다. 그런데 지금은 신앙상징물이 흰색 바탕에 각 종파를 상징하는 문양이 새겨진 인식표(군번줄) 덮개 형식으로 보급되고 있다. 인식표 덮개형 신앙상징물은 휴대성은 물론, 자신이 믿는 바 절대자가 자기 이름 석자 및 군번과 함께 한다는 의미를 갖추고 있어 매우 적합하다. 전장에서 승리하기 위한 여러 요인 중 무형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신앙전력이기 때문에 이러한 신앙상징물이 중요한 보급물자로 분류되어 있는 것이다.

십자가는 기독교의 상징이다. 십자가에서 예수님은 우리의 죄와 고통과 죽음을 짊어지셨고 그 대신 우리에게 의와 안식과 영생을 제공하셨다. 이천 년 전의 이 십자가 사건에 접속되는 자는 오늘도 십자가 대속의 은혜를 누릴 수 있다. 누구든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으면 죄 대신에 의를, 고통 대신에 안식을, 죽음 대신에 영생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을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서 교회마다 십자가가 걸려져 있고 달려져 있고 그려져 있다. 군인교회에서 장병들에게 전해지는 복음도 다름 아닌 십자가의 복음이다. 그래서 기독교의 신앙상징물도 결국은 십자가인 것이다.

필자는 훈련병으로부터 말년 병장과 간부 및 가족에 이르기까지 십자가에서 주님과 맺어진 은혜의 계약을 잊지 말고 기억할 것을 강조한다. 살아가는 동안 죽고 싶을 때가 있다 할지라도 나를 대신하여 죽으신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보고 죽지 말고 살라고 당부한다. 실제로 자살하려던 병사가 교회의 십자가 불빛을 바라보고 살아갈 의지를 되찾았다는 내용을 한 지휘관의 입을 통해서 듣기도 했다. 특히 그 병사가 십자가 불빛 속에서 자신을 위하여 지금도 오매불망 기도하고 있을 어머님을 떠올렸다는 대목에서 십자가와 기도의 연결고리도 생각할 수 있었다.

물론, 십자가가 그 자체로 우상시되거나 무슨 효험을 불러 일으키는 부적과도 같이 여겨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예수님의 대속의 은혜와 대속의 능력을 상기시켜 주는 도구가 된다면 십자가는 신앙상징물로서의 순기능을 충분히 감당한다고 본다. 그래서 십자가는 소중히 다루어져야 할 신앙상징물이다. 하지만 전방의 군인교회들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오랜 시간이 흘러 노후되고 풍파와 날짐승들로 인해 네온이 이탈된 십자가들이 많이 있다.

필자는 모 부대에 근무하는 동안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받아 전후방 군인교회와 최전방 소초교회의 십자가들이 밝은 빛을 낼 수 있도록 십자가 교체작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 손길에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십자가가 설치되는 현장마다 "주여, 이 십자가 불빛을 바라보는 장병들마다 빛 되신 주님을 만날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라고 기도하였다. 이 기도를 주님은 들어 주시리라 믿는다. 바라기는, 군인교회 도처의 십자가들이 단순히 신앙상징물로만 그치지 않고 실제로 장병들을 하나님의 말씀과 접속시켜 주는 도구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받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고전1:18)."

김정대 목사 / 제15보병사단 군종참모 중령(진)·승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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