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세계는 있는가? 현대 의학의 임사체험 (near death experience) 논쟁 (1)

[ 알기쉽게풀어쓴교리 ] 45. 희망의 기독교 종말론(3)

김도훈 교수
2023년 02월 15일(수) 08:36
죽음, 그 이후는 무엇인가? 인간의 그 무엇이 남아 죽음 이후에도 삶을 이어가는가? 아니면 지상적 삶으로 끝나는 것인가? 기독교의 답은 분명하다. 사후세계는 존재하며, 죽음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교리문서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개인의 죽음에 대해 이렇게 고백하고 있다. "사람의 … 영혼은 죽거나 자는 것이 아니라 죽지 않는 생을 가지며 죽은 후에는 그것을 주신 하나님께로 돌아간다. 의로운 자의 영혼은 완전히 거룩하게 되어 가장 높은 하늘에 올라간다. 거기서 그들은 빛과 영광 가운데서 하나님의 얼굴을 보며 그들의 육신이 완전히 구속되기를 기다린다." 간단히 말하면, 사람에게는 죽지 않는 영혼이 있어, 죽음 이후에도 삶이 지속된다는 것이다.최근 유행하는 학문이 있다. 바로 뇌의 물리적, 정신적 기능을 연구하는 뇌과학이다. 뇌과학에 여러 흐름이 존재하나 문제는 무신론적이며 유물론적인 뇌과학자들이다. 그들은 모든 것을 뇌의 작용으로 환원시킨다. 그들에 의하면, 마음이나 의식이나 의지가 다 뇌의 화학작용이다. 사랑이나 공감력이나 감성도 뇌의 현상이다. 심지어 믿음, 기적, 하나님 체험과 같은 모든 종교적, 신비적, 영적 체험도 초월적인 것이 아니라 뇌가 만들어 낸 것이다. 영혼의 기능처럼 보이는 것조차 뇌의 작용이다. 그러니 뇌가 죽은 이후에 육체 없이 존속하는 영혼은 더더욱 있을 수 없다. 뇌가 죽음으로써 인간에게는 모든 것이 끝이라는 것이다.

소개하고 싶은 한 비유가 있다. "위성 전화 한 대가 외딴 섬의 해변에 떠내려갔다. 그리고 그 섬에는 현대 문명과 접촉해 본 적이 없는 부족이 산다. 원주민들은 번호판의 숫자를 갖고 놀다가 어찌 어찌해서 여러 번호를 연속으로 누르게 되었고 거기서 다른 목소리를 듣게 된다. 처음에 그들은 그 소리가 정체 모를 장치에서 나오는 소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부족의 과학자 몇몇이 똑같은 복제품을 조립해서 그 숫자들을 다시 누르자 똑같은 목소리를 듣게 된다. 이제 결론은 명백해 보인다. 크리스털과 금속과 화학물질을 이런 식으로 조립하면 인간의 음성처럼 들리는 소리를 만들게 된다. 그 음성은 이 장치의 특성일 뿐이다. 그런데 이 부족의 현인이 과학자들을 소집해 토론을 벌였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이 도구에서 나오는 음성은 우리와 같은 사람들의 것이 분명하네. 다른 언어로 말하고 있을 뿐, 그들은 살아있고 의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네.' 현자는 그 음성을 전화기의 특성으로 치부하지 말고 어떤 신비한 통신망을 통해 그들이 다른 인간들과 접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식으로 점점 더 깊이 연구하다 보면 그들의 섬 너머에 있는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현인을 비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보세요, 이 기계에 손상을 가하면 더 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 음성은 리튬과 회로판과 발광다이오드의 독특한 결합으로 만들어지는 소리에 불과한 겁니다.'"

이 비유는 앤터니 플루(A. Flew)라는 철학자가 만든 풍자다. 그는 유명 무신론자이자 무신론자들의 정신적 지주였다. 그는 어느 날 자신의 무신론 철학을 들으러 온 청중 앞에서 "신은 존재한다고 믿습니다"라고 고백해버리고 말았다. 대단한 사상가였으니 엄청난 혼란이 일어날 것은 뻔한 일이었다. 온 언론 방송들이 난리였다. 그를 칭송하고 찬양해 마지않던 사람들이 그를 향해 무수한 돌을 던졌댔다. 그 후 그는 <신은 존재한다>라는, 마치 고백록과 같은 자전적 책을 저술한다. 거기서 그는 유신론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담담히 고백한다. 증거를 좇아가다 보니 어느덧 유신론의 문턱에 와 있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비유를 우리에게 들려준 것이다. 이 비유야말로 오늘날의 유물론적 뇌과학자들에게 던져져야 할 촌철이 아닌가 한다. 문뜩 세계적으로 유명한 심장병 전문의인 반 롬멜(Pim Van Lommel)의 "의식이 뇌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의식이 뇌로 보내진다는 이론"이 생각난다. 단순화시켜 말하자면, 라디오가 전파를 수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뇌도 역시 의식을 받아들이는 기관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Terence Nichols).

앤터니 플루는 초월자의 음성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 비유를 다음과 같이 마무리한다. "과학자들은 그 전화가 다른 인간들과 접촉할 수 있는 매개물이라는 현인의 제안을 작업가설로 받아들인다. 더 많은 연구 끝에 그들은 그 전화가 진짜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증한다. 이제 그들은 지적 존재들이 '저기 바깥에'에 존재한다는 이론을 받아 들인다. … 그들은 전화로 들은 소리를 해독하는 작업에 착수하고, 전화기에서 들리는 소리를 이해할 수 있는 패턴과 리듬을 파악한다. 그들의 세계가 통째로 달라진다." 이제 전화기 너머로 이런 소리가 들릴지 모른다. "이제 내 목소리가 들리느냐?"

김도훈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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