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교회 목회자로 살아가기

[ 목양칼럼 ]

이도형 목사
2023년 02월 01일(수) 08:08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각자마다 삶의 자리가 고달프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인생살이의 매운맛을 고추보다 맵다라 표현할까? 인생살이가 고추보다 매운 이유를 가수 유지나 씨가 부른 '고추'라는 노래 가사는 이렇게 표현한다. "고개 고개 넘어가도 또 한 고개 남았네 돌아가도 돌아가도 끝이 없는 고갯길 세상살이가 인생살이가 고추보다 맵다 매워."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사업자는 사업자대로 인생의 무게를 지탱하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는 한 고개를 넘어서면 또 다른 고개가 기다리고 있는 현실 앞에 때로는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기 마련이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동일한 고개를 넘어가는 매운 인생살이 가운데 삶의 의미와 목적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삶이라 하겠다.

동일한 점에서 목회자라는 직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 역시 삶의 의미와 목적에 부응하며, 부르신 그분의 부르심에 순종하며 살아내어야 할 이들이라 하겠다. '부르심과 응답'이라는 이중구조는 어찌 보면 단순하고도 명확하지만, 정작 삶의 자리에서 부르심에 응답하며 그리스도인답게 살아내는 것은 보통 실력으로는 쉽지 않는 일이다.

농촌교회 목회자로 살아가는 것 역시 어찌 보면 어려울 것이 없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세상사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자신의 자리에서 바르게, 치열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농촌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로 살아가면서 세운 원칙 중 하나는 고령화되어 가는 교우들과 주민들의 삶 속에 '반 자식(半 子息)의 역할을 해 나가야 하는 이가 농촌교회 목회자'라 여기며 살아가려고 노력중이다.

그러한 생각의 일환으로 명절에 자녀들이 찾아오지 못하는 가정들을 살피려 한다. 또한 생일임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자식이나 친척이 찾지 못하는 분들에 대한 소식을 접하면 접촉하려고 노력중이다.

이태 전 이 맘 때 할머니 교우 한 분이 우리 부부를 식사에 초대해 주셨다. 내심 특별히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보다 생각하며 읍내의 한 식당에서 교제의 시간을 가졌다. 식사하면서도 일상적 대화만 하시던 이분이 식사를 마무리할 즈음 하시는 말씀이 사실은 오늘이 '귀빠진 날'이라는 것이다.

그 말씀을 들으며, 마음이 아파서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식비를 조용히 계산하고 돌아왔었다. 그로부터 다시 한해가 지나가며 작년 이맘때가 생각이 나서 그분께 미리 연락을 드려 생신 날을 파악하여 하루 전날 아내와 함께 저녁을 대접해 드렸다.

한 달 한 달, 한 주 한 주가 눈에 띄게 약해져 가시는 어르신들의 모습과 처져가는 어깨를 바라보노라면 마음 한 켠이 짠해져 오지만, 그럼에도 당신들의 자리를 지키시고자 열심히 예배의 자리에 나아오시며 협력해 주시는 한분 한분들의 마음에 힘을 얻게 된다.

이도형 목사 / 국토정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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