엮으면 살고 풀면 죽는다

[ 미션이상무! ]

김정대 군목
2023년 02월 01일(수) 08:22
성탄예배를 마치고 승리교회 성도들과 함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은 어떻게든 엮어보려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혈연, 학연, 지연이라는 말이 생긴 것 같다. 특히 남자들에게 있어서 '군 생활을 어디서 했느냐'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게 엮을 수 있는 소재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결국 군대 이야기로 흘러가는데 같은 부대 출신이라면 갑자기 둘 사이에 막힌 담이 헐어지는 놀라운 역사가 나타나기도 한다. 군 생활을 하다 보니 군인들도 엮으려는 습관이 많은 것 같다. 한 10년 넘게 군 생활을 하면 누구라도 지나왔던 부대를 읊게 되는데 그러면 당장 나오는 반응이 "아! 나도 거기서 근무한 적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부대, 그 지역은 이렇다, 저렇다" 하다가 서로 간에 말문이 트이고 일문도 트이는 역사가 나타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엮으려고 해서 실패한 적은 없다. 심지어 위문품도 다소 억지 같은 이유로라도 엮어보았다. 한 이온음료로 위문할 때는 주원료가 이스라엘산이라고 하면서 묶어 보았다. 그래서 이온음료를 나눠주면서 의무복무의 이유, 성경의 전쟁사는 물론 맛사다 항전 이야기까지 나간 적이 있다. 토스트로 위문할 때는 포장지에 적힌 성경구절로 엮어보았다. "이삭이 그 땅에서 농사하여 그 해에 백 배나 얻었고 여호와께서 복을 주시므로(창26:12)" 이 구절 때문에 그 토스트는 물리적인 전력을 백 배나 증강시키는 신앙전력의 힘을 말할 때 적합한 위문품이 되었다.

사생관 교육을 할 때는 로고가 태극마크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콜라를 선택하였다. 이 경우에 당연히 다른 콜라는 빨간색이므로 지양되어야 했다. 아이스크림을 선택해도 웬만하면 탱크란 이름이 들어간 걸로 선택하면서까지 엮으려고 하였다. 특히 포병부대에 들어갈 때는 무조건 '탱*보이'였다. 말도 안 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것도 나름의 엮어보려는 노력이었다.

사용하는 용어마저도 군대식으로 엮어 보았다. 예를 들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흔히 쓰는 단어도 '기울어진 연병장'으로 바꾸었다. 설교 제목도 군대식으로 엮어 보았다. '신앙의 전투체육', '마귀를 박살내자', '믿음의 영점사격', '말씀 탄약을 챙기자', '기도의 대포로 명중하자', '우리도 선승구전' 등 억지 같지만 나름 엮어보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한 동안은 예배를 마칠 때마다 애국가를 부르면서 기독교 신앙과 애국하는 군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엮어 보려고도 했다. 방법적으로 꼭 맞는 것은 아니지만 의도만큼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엮는 것은 단지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엮는 것의 지향점은 분명히 있어야 한다. 엮는 것의 지향점은 어디인가? 바로 하나님이다. 군목은 장병들을 하나님과 엮어주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군종활동의 핵심은 기도이다. 우리는 기도할 때 하나님과 엮인다. 군목은 기도로 장병들을 하나님과 엮이게 한다. 나아가 하나님과 엮이면 우리 인생들 상호간에도 서로 엮이게 된다. 정신교육과 승전기도회를 막론하고 장병들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기도의 거미줄'이라는 주제이다. 사람은 알게 모르게 기도의 거미줄로 엮어져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장병들에게 모든 사람은 누군가의 기도의 힘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잊지 말고 스스로도 기도하는 자가 되고 신앙인이 되어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다.

엮으면 살고 풀면 죽는다. 무조건 엮어야 한다. 엮으시는 분의 모본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예수님은 스스로 제사장도, 제물도 되시면서 친히 하나님과 인생들을 엮어주시고자 하셨다. 만인제사장으로서의 모든 성도들도 예수 그리스도를 본 받아 하나님과 세상을 엮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오늘도 믿음의 주요, 온전케 하시는 분이신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기회 있는 대로 엮어보고자 한다. 여름, 뜨거운 여름, 겨울, 추운 겨울로 뚜렷한 사계절이 있는 이 멋있는 화천 최전방에서도 장병들을 주님과 엮어 가는 본분은 세상에서 가장 값어치 있고 보람된 일이라고 믿는다.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엮으면 살고 풀면 죽는다!"



김정대 목사 / 제15보병사단 군종참모 중령(진)·승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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