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답지 않은 능란한 솜씨... 창조적 의미 전달하는 생명력 담길

[ 제20회기독신춘문예 ] 소설 심사평

김수중 교수
2023년 01월 12일(목) 08:44
제20회 기독신춘문예에 응모한 단편소설 부문의 양은 이전 회보다 줄어들었다. 그러나 인간 내면의 고뇌를 깊이 있게 다룬 작품들이 많아 전반적인 수준은 더 높아졌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어둠 속에서도 창작으로써 인생의 등불을 밝히려는 예비작가들의 노력이 세상에 소망을 주고 있음을 보았다.

응모작 가운데, 젊은이의 죽음 앞에 선 인간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린 '재 갈매기', 사명 때문에 선교의 자리로 나아갔던 청년의 순교 이야기 '세상 속으로', 나는 그리스도인이라는 고백이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진 'Christianus Sum' 등이 눈길을 끌었다. 다른 한편으로 세상의 빛이 되지 못한 교회와 교인들을 비판하는 이 시대 콘텐츠의 흐름을 타고 기독교의 본질 회복을 바라는 작품도 여러 편 보였다. '톨레 레게', '웜우드의 보고서' 등이 이 주제를 표방하고 있었다.

올해의 당선작은 '웜우드의 보고서'로 정했다. 이 작품은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C.S. 루이스의 풍자소설을 모델로 삼고 있다. 역설로 이루어진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서 수신자로 등장하는 작은 악마 웜우드가 이 소설의 화자이다. 따라서 크리스찬은 환자이고 그리스도는 원수로 표현한 루이스의 역설이 작품을 지배한다. 교회의 기드온 선교회 모임이 고루한 격식에 따라 진행되자 여기에 개입한 악마는 자질구레한 문제에 관심을 쏟게 하여 교인들의 영적 에너지를 고갈시킨다. 기드온 항아리의 불이 꺼지듯 믿음이 식어버린 교인들은 악마의 표현처럼 환자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웜우드의 보고서'는 문장이 유연하고 플롯에도 기교를 발휘하여 신인답지 않게 능란한 솜씨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루이스 원작에 묶여 아직 독립된 생명체로서의 완성에 이르지 못했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비록 모델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을 뛰어넘어 창조적 의미를 전달해야 생명력 있는 작품이 된다. 한편 이 소설을 읽는 독자 가운데는 불편함을 호소할 이들도 많을 것이다. 화자가 반기독교적 인물로 설정된 탓이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나 동기가 반기독교적이 아니므로 (더구나 루이스의 발상은 이미 검증되었으므로) 독자의 관점에서 이를 수용하고 앞으로 교회 공동체가 변화함으로써 구원의 감격이 살아있는 작품이 나오게 되기를 기다려야 하겠다. 당선 작가에게 축하를 보내며 건필을 기원한다.



심사위원 김수중 교수(조선대 국문과 명예·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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