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시당선작/ 눈먼 자의 기도 외 1편

[ 제20회기독신춘문예 ] 시 당선작 글: 우현준

우현준
2023년 01월 12일(목) 08:44
1. 눈먼 자의 기도



오월 병동 창가에서 푸른 봄 내려다보던 아이

반짝이는 여름날 좔좔좔 개울물 흐르는 소리 듣게 하옵소서

붉은 가을날 우수수 나뭇잎들 몰려가는 소리

손 시린 겨울날 사락사락 댓잎에 바람이 베이는 소리

세상 잠든 밤 뽀직뽀직 쌀 불는 소리 듣게 하옵소서



자연의 양팔저울에 빛과 소리 얹으면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으니

타닥타닥 벽난로 장작불 타는 소리

때앵때앵 새벽종 고요한 마을을 깨우는 소리

사뿐사뿐 거리마다 봄이 오는 소리 듣게 하옵소서



손 내밀면 나비처럼 나플나플 뛰어가던 아이

깊은 밤 어머니의 찬송 소리 듣게 하옵소서

어머니따라 찬송을 부르고

찬송처럼 하루를 살고

하루가 찬송이 되게 하옵소서



소리 없는 하루를 살더라도

소리 없는 침묵을 사랑하게 하옵소서





2. 소리



양팔저울에 빛과 소리 내려앉는다

수평선처럼 기울지 않는 팽팽한 수평



어둠 몸집을 키워 수평을 흔들고 빛은

눈물처럼 떨어진다 기우뚱 균형을 잃고

소리 쪽으로 쏠리는 무게



놀란 절반의 소리 캄캄한 빛의 자리로 뛰어간다

양팔저울은 다시 팽팽한 수평

소리가 소리에게 속삭인다



태초에 소리가 있었어

빛은 언제고 돌아온다







우현준/영주영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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