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출발점, 새벽기도

[ Y칼럼 ] 박경돈 청년 ①

박경돈 청년
2023년 01월 03일(화) 15:03
박경돈 청년.
한국교회에는 '새벽기도회'라는 자랑스러운 전통이 있다. 교회용어사전(생명의말씀사)에 의하면 새벽기도회는 "하루를 하나님과 함께 시작한다는 경건한 취지로, 그날에 주어진 성경구절을 묵상하고, 그날의 할 일과 활동을 생각하며, 조용히 기도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130년 전부터 믿음의 선배들이 얼마나 고민하고, 기도하며, 하나님과 동행하는 하루를 보냈는지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사회초년생으로 살아가며 이러한 새벽기도모임을 경험하기란 쉽지 않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대부분의 마을사람들이 오전 6-7시부터 함께 농사일을 시작한 것과 달리, 나의 근무시간은 아침 9시에 시작하여 18시에 종료 된다. 하루의 시작을 하나님과 함께하기 위해 출근시간보다 최소 4시간 일찍 일어나 5시30분까지 예배당으로 가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럼에도 말씀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조금 더 찾아보았다. 집 주변 교회의 새벽예배 시간을 보니, 05시 시작하는 교회가 두 곳, 05시30분 시작하는 교회가 다섯 곳, 06시 시작하는 교회가 한 곳이 있었다. 조금 더 찾아보니 07시30분 시작하는 교회가 한 곳 있었지만 차로 25분을 가야만 했다. 아침 출근 전 왕복 1시간을 할애할 자신이 없었기에 아쉬운 마음을 가진 채 포기했다. 이쯤 되니 도대체 어떤 분들이 하루를 새벽기도로 시작하는 혜택을 누리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한참 이런 고민을 할 때, 교회 안에 '오늘만나'라는 아침기도 콘텐츠가 생겼다. 매일 아침 큐티말씀에 대해 짧은 설교말씀과, 기도와 묵상에 집중 할 수 있도록 CCM 반주음원을 카톡으로 보내주신다. 덕분에 출근길 지하철에서 또는 운전하는 차 안에서 묵상과 기도시간을 어렵지 않게 누리게 된 셈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러한 작은 루틴이 생기면서 일상 중에 아침에 들었던 말씀과 기도내용이 문득문득 떠오르곤 한다.

믿음의 선배들이 말하는 새벽기도의 중요한 출발점, '하나님과 함께하는 하루'에 대한 정신이 더 살아났으면 좋겠다. 130년 전 농경사회의 모습 그대로, 현대사회에서도 05시의 시간적 의미를 똑같이 지키는 것이 아닌, 그 출발점의 정신이 더 지켜졌으면 한다. 특별새벽기도기간 집에 돌아와 쪽잠을 자고 겨우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을 믿음의 선배들이 본다면 아쉬워하지 않을까? 과거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다양해진 우리의 일상을 인정하고 '오늘만나'와 같은 제2의 새벽기도, 제3의 새벽기도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또 사라지길 바란다. 이러한 반복 속에 새벽에 대단한 일을 해낸다는 의미가 아닌, 다시 원래의 출발점, '하나님과 함께하는 하루'를 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쉽게 누릴 수 있었으면 한다.

박경돈 청년 / 높은뜻광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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