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제3의 공간에서, 깊은 관계성이 과제

[ 울타리넘어문화심기 ] 2023년 문화트렌드(완)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2년 12월 28일(수) 10:00
'나니아의 옷장'의 소그룹 식탁.
2023년 기독교문화의 관점에서 트렌드를 짚어보다

필자는 2015년부터 성신여대앞, 대학로 부근에서 '나니아의 옷장'이라는 이름의 기독교문화공간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곳은 '주님의숲교회'라는 작은 개척교회이기도 한데, 젊은 세대를 위한 선교적 사명을 띠고 지금까지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 많은 작은 교회들과 기독교사역단체가 그러하듯, 우리도 쉽지 않은 시간들을 통과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존폐의 위기까지도 걱정해야하는건가 싶은 순간들도 있지만, 주님의 은혜로 사명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2015년부터 젊은이들이 많이 오가는 지역에서 문화공간을 운영해오다보니 나름의 흐름을 보는 눈이 생겼다. 문화와 트렌드가 변하는 주기는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그 때와 지금은 너무나 많은 것이 달라져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3년 기독교문화의 관점으로 트렌드를 짚어 보려 한다. 가장 일선의 현장에서 체감하는 내용들이기에 나름의 영감을 전해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1.작지만 더욱 친밀함을 추구하는 문화

해마다 기독교문화행사를 접하며 느끼는 변화는 인원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적은 인원으로도 충분히 알찬 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일례로 얼마 전 부근의 모 대형교회의 청년부 양육과정 종강 파티를 나니아의 옷장에서 진행한 적이 있다. 지도교역자 한 명과 함께 한 청년은 4명에 불과했다. 예전 같으면 수십명의 인원이 같은 행사를 했을 법도 한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정성껏 준비한 빵과 차를 마시며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는 따뜻한 모임은 공동체성을 이루어가기에 충분해 보였다. 앞으로는 이렇게 '인원은 작게, 하지만 친밀함은 더 깊게' 추구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을 것이다.



2.관람하는 문화에서 직접 체험하는 문화로

1990년대를 CCM, 찬양문화의 전성기라고들 말한다. 찬양을 통해 많은 이들이 은혜를 받았다. 그런데 요즘은 그때만 못하다고들 한다. 유명 워십팀 두 세팀 외에는 모두가 아는 주지저명한 찬양팀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부정적으로 볼 일만은 아니다. 매주 발표되는 CCM음원이 한 주당 수 십개, 일 년으로 치면 천개 이상의 찬양곡이 음원으로 제작되어 음원사이트에 서비스되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찬양의 문화에 있어서도 유명한 팀들의 창작물을 듣고 감상하는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직접 나만의 찬양을 만드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부분에 관심있는 교회들에서는 청년부가 주체적으로 이미 자신들만의 찬양앨범을 만들고 발표해오고 있다. 이제 기독교문화도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넘어, 직접 창조하고 제작하는 능동적인 방식의 참여가 트렌드가 되고 있다.



3.제3의 공간을 만드는 교회들

한동안 교회마다 카페를 만드는 유행이 있었다. 이제는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잡은 '교회카페'. 이제는 카페를 넘어서 좀 더 창의적이고 다극화된 새로운 공간들이 지역사회에서 요구되고 있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안전한 제3의 공간을 원하는 수요들이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다. 몇몇 교회들은 이미 발 빠르게 대처하여 교회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유튜브 스튜디오, 마을주민 모임공간, 작은 도서관 등으로 잘 운영하고 있다. 교회의 문턱을 더욱 낮추고 실질적으로 지역사회 구성원들에게 도움을 주는 제3의 공간들이 선교적 목적으로 더욱 활발하게 자리잡을 것이다.



지면관계상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3가지를 짚어보았다. 필자가 개척하여 운영하고 있는 '나니아의 옷장'과 '주님의숲교회'는 이제 9년차로 접어들지만 여러 가지로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리 힘이 빠지지만은 않는 이유는 이미 세상 속에 복음의 문화를 심기 위해 여러 방식으로 잘 해내고 있는 교회들이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라는 미증유 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교회들이 민첩하게 세상의 필요를 캐치하고 섬김의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예전처럼 교회문을 굳게 닫고 멤버십 강화에만 힘쓰는 교회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선교적 대화를 시도하는 교회들이 많은 것을 발견할 때에 참으로 뿌듯하기도 하다. 시대의 징조를 분별하며, 즉 변화하는 트렌드에 민감하게 대응하며 각자의 부르심에 따라 신실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나갈 때에 2023년도에도 각 교회들에 많은 열매들이 맺히기를 기도해본다.



이재윤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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