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10.29 이태원참사 그리스도인 추모기도회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2년 12월 15일(목) 17:06
10.29 이태원 참사 그리스도인 추모기도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그리스도인 추모기도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그리스도인 추모기도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희생자 유가족의 증언 모습.
촛불을 나누는 모습.
기도회 참석자들이 희생자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희생자 유족의 증언.
"주님! 이 절망 앞에서 희망의 빛은 어디에 있습니까? 주님! 이 원통하고 억울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합니까?"

지난 14일 늦은 저녁 이태원 역 1번 출구 앞에 시민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교계와 기독시민단체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함께 소중한 이들을 잃고 아파하는 이웃들을 위로하기 위해 준비한 '10.29 이태원 참사 그리스도인 추모기도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마침 이 날은 올겨울 들어 최강 한파가 전국적으로 밀어닥쳐 내내 영하권의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었지만 모두들 중무장한 옷깃을 여미며 촛불을 밝혔다.

목회자와 그리스도인, 기도회 소식을 듣고 이태원을 찾은 시민들까지 400여 명이 넘게 참석한 이날 기도회에서는 뜻하지 않은 참사로 황망하게 목숨을 잃은 158명의 희생자와 슬픔에 잠긴 유족들을 위로하고 부상자들의 빠른 회복을 위해 기도했다. 무엇보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을 통해 이 같은 참사가 더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간구했다.

참석자들은 미리 배포된 예배 순서지를 통해 추위로 몸이 꽁꽁 얼어붙었지만 "주님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우리가 더불어 성찰하게 하시고 분명히 말하게 하시며 끝까지 행동하게 하소서. 우리가 그 모든 일들 가운데 피해 당사자들의 반 걸음 뒤에서 걷게 하시고 때로는 그 앞에서 흔들림 없는 방패와 우산이 되어 하나님께 부를짖는 이들을 홀로 두지 않는다는 게 무엇인지 실천하게 하소서"라고 부르짖었다.

북받치는 슬픔에 눈물을 훔치거나 흐느끼는 이들도 있었으며 기도회 중 유족들은 통곡하기도 해 안타까움을 더 했다.

이태원 참사로 25살의 짧은 생을 마친 고 이민아 씨의 아버지는 "부모로서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는 것은 최고의 형벌이며 끔찍한 악몽"이라면서 "우리 딸이 길에서 눈을 감았는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말을 해주지 않는다"면서 어렵게 말을 이어갔다. "100살까지 살 줄 알았던 우리 딸의 마지막을 알고 싶다"는 이 씨는 교회에 다니지는 않지만 두손을 모았다. "주님, 제가 정말 사랑하고 눈에 넣어도 안아픈 우리 딸을 하루 아침에 잃었습니다. 다시는 자식을 먼저 잃은 부모가 나오지 않도록 살펴주십시요!"

고 최민석 씨의 어머니는 "우리 아이들이 왜 그렇게 황망하게 떠나야 했는지 알고 싶은데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우리가 스스로 밝히기 위해 모였다"고 했다. 그는 특히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막말과 악성댓글에 대해 "우리 아이들 노는 게 잘못은 아니다. 꿈꾸면서 열심히 살던 아이들이다"면서 "유족들은 가슴에 칼날이 하나둘씩 꼽힌 상태로 버태고 있다. 여기 모인 시민분들과 자식 가진 부모님들은 유족들의 마음을 제발 좀 들여다 봐달라"고 호소했다. 어머니는 군입대를 앞둔 아들을 그리워하며 "아들이 입대하는 것도 볼 수 없고, 연애하고 결혼하는 것도 볼 수 없다"면서 "아무 죄 없이 우리를 위해 십자가 못박혀 죽으신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지만, 책임 있는 이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국민들이 함께 생각하고 목소리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같이 손잡고 그 길을 내려오던 연인에게 작별인사도 고하지 못한채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158명의 희생자와 사랑하는 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상실감으로 고통받는 유족들은 여전히 10월 29일 그 날의 악몽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날 기도회에 함께 한 그리스도인들은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책임에 공감하고 한 생명을 천하보다 귀히 여기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참사의 진상규명을 애쓰는 이들과 동행할 것을 약속했다.

한편 이날 기도회에 앞서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이태원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분향소에는 희생자 158명 중 유족이 동의 의사를 밝힌 77명의 영정사진과 위패가 안치됐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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