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0년 마포삼열이 청나라 외교부에서 받은 호조

[ 이야기박물관 ] <완>

신상현 목사
2022년 12월 19일(월) 16:52
1890년 마포삼열이 청나라 외교부에서 받은 호조, 40x53cm.
1890년 12월 20일 마포삼열(Samuel Austin Moffett, 1864~1939)에게 청나라 외교부(대청흠명총리각국사무아문:大淸欽命總理各國事務衙門)에서 발급한 호조(護照:여행허가증)이다. 그 내용을 번역하면 아래와 같다.

'청나라 황제의 명을 받은 청나라 외교부는 호조의 발급을 다음과 같이 승인한다. 미국 전 대신이 공문을 보내 미국인 모패덕(마포삼열)이 직예, 산동, 동삼성 일대를 순회하는 데 필요한 호조의 발급을 요청해 왔다. 이에 순천부(직예의 관청)에 넘겨 관인을 찍어 여행인 모패덕에게 호조를 발급하여 소지케 하니, 무릇 해당 지역의 모든 지방 관리들은 이를 확인한 후 통행을 허락할 것이며, 응당 잘 보살피고, 조금도 의심하거나 방해하지 말고, 예를 갖추어 이 통행증을 소지한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 것이다. 오른편에 쓴 것과 같이 이 통행증을 미국인 모패덕에게 발급한다. 광서 16년 12월 20일.'

문서 가운데 보이는 붉은 동그라미는 당시 관리들이 쓰던 수결(싸인)이라고 한다. 1890년 1월 25일 제물포에 입국한 마포삼열 선교사는 바로 그 해 12월 청나라 외교부로부터 여행허가증을 받았다. 내한한 지 1년도 안 돼서 다른 나라의 여행허가증이 왜 필요했을까?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당시 국내에는 만주에서 들어온 신약성경 쪽복음서와 전도문서들을 읽고 복음을 받아들인 신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자생적 신앙공동체를 이루며 속히 자신들을 세례주고 목양해 줄 선교사를 보내달라고 기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독교에 대해 배타적인 분위기 속에서 세례는 금지돼 있었고, 초기 선교사들은 신자와 함께 압록강을 건너가 세례를 베풀었다. 마포삼열 선교사는 1885년 내한한 선배 선교사 언더우드가 신혼여행으로 의주 지역을 방문했을 때 압록강을 건너 중국에서 세례를 주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1889년 4월 27일 원두우(H.G. Underwood) 선교사 부부는 세례문답에 선발된 기독교인 30명 여 명을 배에 태워 압록강 중국 측 강가로 건너가 세례를 주었다. 릴리아스 언더우드(L.H. Underwood)는 '진실한 회개의 증거를 보이는 100명의 지원자 가운데서 약 30명에게 세례를 주었으며 그들 중에는 서상륜이 3년 전부터 세례받을 준비가 된 사람으로 알려온 신자들이 포함돼 있었다'고 기록했다.

실제로 마포삼열은 내한 직후 약 4년 간 아홉 차례에 걸쳐 한반도 전역은 물론 중국 요동군과 산동지역까지 여행했다. 1891년에는 기일과 함께 3개월 예정으로 평양과 의주를 거쳐 만주 봉천을 답사했다. 그가 이 호조를 들고 신자들과 함께 중국으로 건너가서 세례를 베풀었다는 기록은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이 호조는 마포삼열 선교사의 복음에 대한 열정과 땀방울이 묻어있는 소중한 유물임에는 틀림없다.

신상현 목사 /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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