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우림 작가, 첫 개인전 '어둠 속의 빛'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2년 12월 12일(월) 09:48
 피사체를 향한 작가의 마음이 얼마나 진심인지 느껴진다.
가장의 무거운 어깨에 울컥 하고, 유난히 해맑은 아이들의 미소에 괜히 함께 웃게된다.

안성은 학예연구사(성북구립미술관)는 "사진에는 그 대상을 담는 이가 함께 담긴다. 사진에 시선이 느껴지는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어떤 시선으로 대상을 바라보느냐가 사진에서 드러난다"고 했다.

홍우림 작가의 사진은 그랬다.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심장이 뛰고 가슴이 뜨거워진다. 아주 당연한 일이다.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낸 시간, 절망 속에서 희망과 용기를 담아냈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든 목사' 홍우림 작가의 첫 개인전이 오는 25일까지 아트스페이스 선에서 'A LIGHT IN THE DARKNESS(어둠 속의 빛)'을 주제로 열린다.

씨티솔레는 아이티의 수도 포르 투 플랭스의 한 작은 마을이다. '태양의 도시'라는 뜻의 씨티솔레는 '빛'보다는 '극도의 빈곤 도시'로 더 유명하다.

오랜 내란과 분쟁의 속에서 경제적 능력을 상실했고 제대로 되지 않은 하수 시스템으로 삶의 공간은 쓰레기와 오물로 가득하다. 극심한 빈곤과 실업, 무장 갱들의 연이은 전쟁과 질병의 문제로 마을은 오늘까지도 고통 속에 있다.

홍우림 작가는 미국 유학 중 우연히 씨티솔레의 이야기를 듣고 그곳을 찾았다. 씨티솔레는 아이티 현지인들도 가기 꺼려하는 위험한 마을이다. 2004년 유엔에서 파견한 아이티 안정화 미션도 이 마을의 통제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몇년 전에는 그마저도 모두 철수됐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사건, 식량 위기 등 나라의 극심한 불안정한 상황 가운데 이 도시는 여전히 갱단에 의한 전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2017년 그가 처음 방문한 씨티솔레의 첫 인상은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의 모습과는 너무 다른 비현실 속 세상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는 이 곳에서 사역하는 김승돈 선교사를 만나 그와 함께 마을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아이티의 절망적인 모습을 노출하며 어둠을 포착했지만 그는 어둠 가운데 희망의 빛을 찾아냈다. 배움의 열정을 포기하지 않는 아이들, 총성이 울리는 거리에서 들려지는 희망의 멜로디, 용기와 꿈을 포기하지 않는 소년과 노스승의 이야기들은 '빛'의 시간이었다.

"빛을 이용하는 사진으로 예수그리스도의 빛을 담아내는 것이 소명"이라고 했던 그의 말대로 그는 지난 5년간 아이티를 오가며 어둠 속의 빛을 찾아냈고, 세상에 알렸다.

2018년 세계 최대 사진공모전 중 하나인 '인터내셔널 포토그라피 어워드(International Photography Awards)' 에디토리얼(Editorial) 부문에서 '씨티솔레(City Soleil) : 배움의 열망(Eager to learn)'으로 대상을 수상하고, 연이어 뉴욕 파리 로마 베니스 도쿄 부다페스트 등 다양한 해외공모전에서 주목받으며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받았다.

아이티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아내며 "내가 어떤 사진과 메시지를 담아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게 됐다"는 홍우림 작가는 "내가 유명해지는 것보다 소외된 이들이 세상에 더 많이 알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이를 위해 그는 지난 2021부터 2022년까지 2년 동안 본보에 씨티솔레 이야기를 연재했고, 또 이번 전시회를 개최했다. 절망만 남아 있는 듯한 삶의 현장에서도 이들을 향해 비춰지고 있는 어둠 속 빛의 순간을 알리기 위해서다. 그의 프레임 속에 담긴 태양의 도시는, 분명 희망과 용기의 이야기다.

이번 전시회에는 본보에 연재된 사진을 포함해 총 70여점이 '씨티솔레' '배움의 열망' '희망의 멜로디' '그랜드 마스터' '어둠 속의 작은 빛' 의 테마로 소개된다. 그는 17일 작품설명회를 통해 관객과 소통할 계획이다.

"목회자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사회적 응답과 책임을 실천할 수 있는 역할을 감당해 나가겠다"는 홍우림 작가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운영하는 긴급구호 NGO단체 메데어 이사로 활동하며 소외된 사회에 대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지속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정부와 기업 단체와 콜라보레이션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사진작가이자 목회자로서 사회적 공동선을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최은숙 기자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