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 알기쉽게풀어쓴교리 ] 33. 은총의 예정론(3)- 전통적 예정론의 평가와 예정론의 필요성

김도훈 교수
2022년 11월 17일(목) 10:15
전통적 예정론을 정리하면, 하나님이, 하나님 자신의 작정으로, 창세전에, 인간의 의지나 믿음의 행위와는 아무 상관 없이, 어떤 부류의 인간은 영생으로(선택), 또 다른 한 부류의 인간은 영원한 멸망으로(유기) 미리 정해놓으셨는데, 그 하나님의 계획은 불변하며 선택과 유기의 수 역시 변함없다고 주장하는 이론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중적인 예정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설사 이론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나 감정적으로는 수용하기 더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예정이 나에게 어떻게 적용되었을까를 생각하면 때로는 두렵기조차 할 것이다. 그래서 원래부터 예정론에 대한 질문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아우구스티누스나 칼뱅도 당시 논적들과 인간의 자유의지 혹은 예정론을 가지고 많은 논쟁을 벌인 것을 보면 예정론 자체가 논란이 많았던 이론임은 분명하다.

그러면 전통적 예정론자들에게 던져진 질문들은 어떤 것들이었을까? 인간의 행위와 상관없이, 그것도 인간이 있기도 전에 선택과 유기를 결정해놓으셨다면, 정말 불공평하지 않은가, 하나님은 정말 사랑의 하나님인가, 그 하나님은 편애하시는 하나님, 폭군과 같은 하나님이 아닌가, 성경에 믿으면 구원을 얻는다는 말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미리 다 정해졌는데 전도할 필요가 있겠는가, 정말 인간에게 믿을 자유도 없는 것인가, 인간의 모든 도덕적인 노력이나 선하게 살려는 의지를 말살하는 것이 아닌가, 왜 지옥 갈 사람을 하나님은 창조하셨는가, 하나님은 악의 조성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이런 물음과 의심은 여전히 오늘날에도 해당된다. 그래서 여전히 예정론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역으로 이렇게 되물을 수 있을 것이다. 예정론에 침묵하거나 예정론을 부정하거나 포기해야 하는가? 칼뱅은 이에 대해 무척 경계했다. 예정론이 인간의 구원과 관련된 이론이고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인정하는 이론이며 하나님의 은혜를 크게 깨달을 수 있는 이론이기 때문에 호기심으로 접근해서도 안 되지만 포기해서도 안 된다고 역설하였다. '도르트 신조'(Canones Synodi Dordrechtanæ, Dordtse Leerregels)는, "이 하나님의 선택에 대한 교리가 신의 가장 지혜로운 뜻에 의해 선지자들과 그리스도 자신, 그리고 사도들을 통하여 구약과 신약에서 설교 되었고, 그리하여 거룩한 문헌의 기록에 위탁되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하나님의 교회에서 가르쳐져야 한다. 그것은 교회를 위하여 독특하게, 즉 신중한 마음으로 신앙적이며 거룩하게, 그리고 장소와 시간에 알맞게 의도되었으며, 따라서 가장 거룩한 존재의 길을 엿보려는 모든 호기심을 배제하고, 가장 거룩한 하나님의 이름의 영광과 그의 백성에게 활기찬 위로를 주는 데 목적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정통주의 학자인 레이든 역시 이렇게 기록한다. "비록 하나님의 영원한 예정 교리가 경직되고 난해한 문제로 가득 차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부 터무니없는 약삭빠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로 그리스도의 교회 안에서 그것에 대해 침묵을 지켜서는 안 된다. 우리는 결코 선지서들과 모든 교회를 향해 쓰인 서신들이나 가르침에서 바로 이 교리를 주신 성령보다 더 조심성 있기를 원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 그것은 위로로 가득 차 있을 뿐 아니라 교회의 양육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른 결실도 풍성하다."

이들이 지적한 대로, 예정론을 우리가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첫째로, 성경이 예정을 분명히 증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성경을 직접 인용해 보고자 한다. 무엇보다 중요하고 명백한 구절은 '에베소서' 1장 4~6절과 9~12절이다. "곧 창세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 이는 그가 사랑하시는 자 안에서 우리에게 거저 주시는바 그의 은혜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려는 것이라 (…) 그 뜻의 비밀을 우리에게 알리신 것이요, 그의 기뻐하심을 따라 그리스도 안에서 때가 찬 경륜을 위하여 예정하신 것이니,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려 하심이라. 모든 일을 그의 뜻의 결정대로 일하시는 이의 계획을 따라 우리가 예정을 입어 그 안에서 기업이 되었으니 이는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전부터 바라던 그의 영광의 찬송이 되게 하려 하심이라."

김도훈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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