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사랑하라

[ 주간논단 ]

노승찬 목사
2022년 11월 08일(화) 08:22
얼마 전 한 TV 드라마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법대로 사랑하라'라는 드라마이다. 1회 밖에 보지 못한 나로서는 드라마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검사 출신 남자와 변호사인 여자의 예쁜 사랑 이야기일거라고 마음대로 추측한다.

'법대로 사랑하라'는 제목을 보고 미국의 한 판사의 일화가 기억이 났다. 1930년 어느 날 상점에서 빵 한 덩이를 훔친 혐의로 절도죄로 기소된 노인이 법정에서 "직장을 잃고 일자리를 얻지 못해 사흘 동안 굶다가 너무 배가 고파 훔치게 됐다"고 진술했다. 판사는 이렇게 판결을 내렸다. "아무리 사정이 딱해도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은 절도 행위입니다. 법은 만민에게 평등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노인에게 벌금형 10달러를 선고합니다." 판사는 이어서 "그러나 이 노인의 절도행위는 이 노인의 잘못이 아닌, 이 도시에 사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저 자신에게도 10달러의 벌금을 부과합니다. 그리고 여기 있는 여러분도 가능하면 50센트씩 자진해서 벌금형에 동참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판사는 자기와 방청인들이 모은 돈에서 벌금 10달러를 제외하고 남은 돈 47달러 50센트를 노인에게 주면서 "이제부터 힘을 내서 정직하고 용기 있게 사십시오"라고 말했다. 그 판사의 이름은 피오넬로 라과디아이며 뉴욕시장을 역임하였고, 지금도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에 하나라고 한다. 라과디아는 법대로 사랑한 멋있는 사람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지난해에 노회장으로 취임할 때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교회의 화평과 성결을 도모하고 노회 발전을 위해 맡겨진 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기로" 선서하였다. 노회 산하 217개 교회는 처지와 형편이 다 달랐고, 그 어느 때보다 유난히 많은 일이 발생하였다. 어느 교회는 노회원들에게 존경 받던 분이 원로목사로 은퇴하고 후임 목사가 부임한 후 교회에 분쟁이 생겼다.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13:34)는 주님의 말씀은 잊어버리고 상대방을 적대시하며 극렬하게 싸웠다. 빵을 훔친 노인이 판사 앞에 자기 죄를 고백했듯이 자기의 잘못을 회개하고 시정하면서 앞으로 교회의 화평과 화합을 위해 힘쓰겠다고 약속하였더라면 교회의 분란이 해소되었겠지만 현실은 달랐다. 노회장이 교회의 화평과 회복을 위해 주님께 간절히 기도하고, 책임 있는 이들을 불러 법을 어기는 무리한 행위를 중단할 것과 교회의 화평과 회복을 위해 자기의 주장과 자존심을 내려놓을 것을 수차례 권면도 하고, 야단도 쳤으나 깊어진 상처와 원망 때문인지 소용이 없었다. 결국 법을 어긴 담임목사는 노회 재판국과 총회 재판국을 통해 면직, 출교가 선고되었고, 최근 교회는 다시 새 담임목사를 청빙하여 그동안 상처와 아픔에서 벗어나 활발하게 회복되고 있다.

그 외에도 지교회와 목사에 대하여 예민한 문제를 해결하는 일, 노회장이 가처분 소송을 당해 법원에 출석한 일도 있었다. 이런 일들이 발생하면서 노회장을 회유하거나 고함을 치고, 비난을 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노회는 흔들리지 않고 법대로 사랑하는데 하나 되어 노회의 질서와 평안을 회복하였다.

노회장이나 노회원들은 인간관계나 이해관계를 떠나 성경과 교단 헌법에 따라 공정하게 노회를 섬겨야 한다. 총회장과 총대들도 마찬가지이다. 주님의 몸된 교회를 세우는 법과 원칙을 떠난 충동적인 시혜와 온정이 결코 주님의 사랑이 될 수 없다. 주님의 법대로 주님의 교회를 사랑하여야 할 책임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있다.

이제 11월 초까지 69개 노회의 정기노회가 마쳐지면 69명의 노회장이 물러가고 69명의 노회장이 새로 취임하게 된다. 69개 노회의 노회가 두루 평안하기를 기도하면서 노회장과 노회원들이 하나되어 하나님의 영광과 노회발전을 위하여 법대로 사랑하는 아름답고 거룩한 노회들이 되기를 바란다.

노승찬 목사 / 한사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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