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함께하는 장(場)으로

[ 주간논단 ]

이준연 목사
2022년 10월 25일(화) 08:10
'혼자 힘으로 설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근에 접하게 된 책에 나오는 글귀이다. 당연한 말이기도 하고 조력자, 또는 협력자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우리가 흔히 쓰게 되는 말이어서 별 감동이나 감흥이 없었다. 그렇게 느껴지던 말이, 총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여러 생각에 잠기며 눈을 감는 순간 진한 활자로 떠올라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최근 아마존 베스트셀러인 '원씽(the one thing)' 의 저자는 머리글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분석하며 두 가지를 이야기한다. 제목과 표제에서 이미 알 수 있듯이 복잡한 세상을 이기는 단순함의 힘으로 '한 가지에 집중'을 강조하는데, 더불어서 강조하는 중요한 것으로 조력자의 존재와 역할을 이야기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에게는 멘토 막스 탈무드가, 월마트의 창업주 샘 월튼에게는 장인 롭슨이 있었음을 예로 든다. 각각 힘들 때 버틸 수 있고 이겨나갈 수 있는 정신적, 물질적 조력자의 역할이 되어줬던 것이 두 사람의 성공의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어떤 형태로든 성공의 이면에는 돕는 자, 조력(助力)의 손길이 있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우리 교단 제 107회기 총회가 성대하게 치러졌다. 한국교회의 장자 교단임을 자처하며 세(勢)에 있어서 엎치락 뒤치락 우열을 다투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미 성공한 교단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 우리 교단은 신도 수 235만 8914명, 9421개 교회, 2만 1423명의 목회자로 보고되었다. 코로나 여파로 신도 수는 지난 회기 보다 6.8% 감소하였지만, 교회와 목회자는 각 80개와 373명 늘어난 것으로 보고되었다. 규모에 걸맞게 총회 회의장은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왔고, 늘 그렇듯이 총회장 밖은 수 없이 많은 절규에 가까운 외침들이 있었다. 피켓과 현수막, 심지어는 확성기까지 동원해서 외치는 이들로 인해 현장은 너무 소란스럽기까지 했다.

이런 모습들 속에서 필자가 여성 목회자로서 우리 총회의 모습을 보면서 갖는 안타까움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클 수밖에 없다. 이번 107회기 총회 전체 총대 1497명 중 여성 총대는 35명, 겨우 2.3%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전번 회기 보다 한명이 더 늘어 역대 최고라고 한다. 교회 전체에서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고, 오늘의 한국교회 특히 우리 통합 측 교단의 오늘이 있기 까지는 수많은 여성들의 눈물의 기도와 헌신의 조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대하게 펼쳐진 이번 총회의 장(場)은 아직도 너무도 조화롭지 못한 모습이다. 각 노회에 여성 총대 1명 이상 보내 달라는 총회의 권고사항 마저 지켜지지 않는 노회가 반 이상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끊이지 않고 마음 속에서 피어오르는 소리 없는 질문과 외침 하나! 코로나 시기로 한국교회가 어렵고 위기감이 있는 것도 현실이지만, 우리가 이렇게 성공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성장, 발전을 이룬 이면에는 어떤 조력자들이 있었을까? 우리 총회는 지금 그러한 것에 대해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서두에 언급한 책 제목 '원씽'처럼 우리가 이제껏 '한 가지 일' 예수 그리스도 그 분에 집중해 오늘 한국교회의 성장의 결과를 이뤄냈다면, 이제 우리는 그런 결실을 맺게 하기까지 수고와 헌신을 아끼지 않은 조력자에 대해 협력자로, 동역자로서 대우하며 아름다운 총회의 장(場)을 펼쳐가야 하지 않을까? 총회에 참석하여 현장에서 지켜보며 여성 목회자로서 갖게되는 마음 속의 외침은, 소리는 나지 않지만 피켓과 확성기의 외침의 크기를 능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한 날이 속히 와서 한국교회가 더 조화롭고 더 나은 모습으로 생명력이 넘쳐나기를 기대해본다.



이준연 목사 / 고평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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