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교회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

[ Y칼럼 ] 신하진 청년 ③

신하진 청년
2022년 10월 20일(목) 08:33
몇 년 전, 가족들과 이야기하던 중 의견이 충돌한 적이 있다. 교회에서 매주 반찬을 만들어가는 당번 명단에 여성 교우들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논의는 교회에서 다시 시작되었고 우리 교회는 반찬 당번 명단에 남성 교우들의 이름도 들어가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간 성평등에 대한 공동체의 노력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계속해서 일어나는 성폭력 문제와 그 외의 다양한 성평등 이슈들을 통해 성인지 감수성을 함께 키워나가야 한다는 의식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공동체 안에서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혹은 공동체의 평화가 누군가의 침묵으로 이루어진 평화라는 것을 인식했을 때 이러한 필요성을 더욱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교회라는 곳은 오히려 성폭력이 덜 일어나는 곳이라고 인식되기 쉽지만, 어떤 곳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위와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서로에 대한 관계가 밀접해 이런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기에 모두가 함께 논의하고 새로운 약속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의 대처뿐만 아니라 어떤 것이 서로에게 불편함이 될 수 있는지, 이제까지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가부장적 문화가 유지되어 왔는지 생각해보고 이야기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만약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불편한 일이 생겼을 때 많은 공동체가 회복하고 화해하는 법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할 경우 이들을 분리하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 우선이고 섬세하지 못한 대처는 피해자의 침묵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라는 압박이 될 수도 있으므로 매우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지나고 치유하는 법을 아는 공동체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이러한 경우를 생각하더라도 성평등 교육 등을 통해 교회 내에서 함께 지향하고 나아가야 할 성평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고 시급하다.

완벽히 성스러운 공간은 없다. 어떤 일이든 교회에서는 '절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일도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나아가야할 성평등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 하루빨리 새로운 말들과 약속을 만들어야 할 때인 것 같다.

신하진 청년 / 새민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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