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가치관과 문화 심는 '생명 보듬이' 역할 감당해야

[ 연중기획ESG ] 새롭게 이롭게- S(10) 생명을 살리는 교회

조성돈 교수
2022년 10월 12일(수) 16:58
라이프호프 생명사랑 걷기.
자살은 대한민국 사망원인 5위이다. 대한민국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질병이나 사고가 아니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이 사망원인 5위라고 하는 것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이다. 2021년 자살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1만 3352명이다. 하루 평균 36.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연령대 별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0대와 20대, 30대에서 자살은 사망원인 1위이다. 그리고 40대와 50대에서 사망원인 2위에 있다. 상당히 충격적인 보고이다. 그러나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더 충격적이다. 20대의 경우는 이 연령대의 사망자 중 자살로 인해 사망한 사람의 비율이 56.8%이다. 즉 20대 사망자의 절반 이상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이다. 10대의 경우는 43.7%, 30대의 경우는 40.6%이다. 즉 10대와 30대의 경우는 사망자 중 자살로 인해 죽은 사람이 비율이 40%를 넘기고 있다는 말이다. 40대의 경우는 사망자 중에 자살로 인해 죽은 사람의 비율은 20.5%이고, 50대는 10.1%이다. 보통 사망자가 증가하는 것은 40대 이후이다. 즉 비율은 낮아졌지만 사망자의 숫자는 오히려 더 많다.

자살은 '사회적 질병'이다.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질병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정부나 사회의 대책은 아직 미미하다. 약 10년 전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거듭했지만, 아직 우리 주변에서 느끼는 바는 그렇게 많지 않다. 워낙 부족한 상황에서 시작해서 그렇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로 1위를 한 건 2003년이다. 그 이후 줄곧 1위를 하고 있는 중에 2017년과 2018년 새롭게 OECD에 가입한 리투아니아라는 국가에 밀렸지만, 다시 2019년부터 1위를 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자살 문제는 이미 2003년부터 세계 최악의 상황이었는데 아직도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 중에 하나는 자살위험자에 대한 대처가 미숙한 탓도 있다. 결국 이 문제는 자살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책임져야 할 문제로 보고, 그에 대한 대응을 해야 하는데 많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1년 '자살예방과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정부가 나서서 자살예방에 앞장서기 시작했다. 그 이후 광역시도 별로 자살예방센터가 설립되고, 시군구 단위로는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설립되어 우리 주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아직 너무 미흡한 상태이고 인력과 자원의 부족으로 여러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자살률은 2011년 정점을 찍고 이후 빠르게 감소하다가, 2017년 이후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실제로 2011년을 기준으로 하면 자살사망자의 수는 2021년 2천500명 정도가 감소하였으니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자살예방은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다. 대한민국의 자살은 어떻게 보면 유행처럼 거품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그래서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강한 독성으로 치명적인 특정 농약의 판매를 중단하고, 번개탄의 판매를 조정하고, 지하철에 스크린 도어를 설치하는 것으로 자살은 감소한다. 자살예방에서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농약보관함 사업이 있는데, 자세히 보면 이게 성공한 것이 신기하다. 농촌의 어르신들 자살이 심각했는데, 가장 많은 사망원인은 농약을 먹는 음독이었다. 이에 농약을 보관하는 캐비넷을 농가에 보급했다. 집에서 농약을 이 캐비넷에 담고, 열쇠로 잠그는 것이다. 그런데 그 열쇠는 다른 곳이 아니라 스스로 갖고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 모든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그 열쇠를 다른 곳에 맡겨서 관리를 하거나, 통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그냥 집에 갖고 있는데 그게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그 예상을 깨고 이 방법이 큰 효과를 봤다. 죽으려고 하는 그 순간 잠시나마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자살의 실행으로 옮겨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확실히 자살예방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필요한 때에 적절히 대응을 해 준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여기에 교회가 할 일이 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생명보듬이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교인들이 가장 기초적인 생명보듬이 교육을 받아, 자살예방의 정보를 갖추는 것이다. 그리고 어려움 가운데 있는 이웃들을 향해 교회가 언제든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힘들 때, 어려움 가운데 있을 때 교회 십자가를 보면서 교회 가면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주어야 한다. 교회가 죽음으로 가는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바로 그 동네의 생명보듬이의 역할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자주 사람들이 묻는 것이 왜 우리나라에서만 이렇게 자살이 많은가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대한민국에는 '죽음의 문화가 있다'이다. 우리나라가 원래 이렇게 자살이 많았던 나라는 아니다. 1997년 IMF 사태 이전까지 우리나라는 인구 10만 명 당 자살로 인해 죽은 사람의 숫자를 가르키는자살률은 10명 정도였다. OECD 평균 자살률은 11명이니 그 보다 적었다. 그런데 98년에 특별하게 18.4명으로 뛰어 올랐고, 이후 안정적으로 내려오다가 2002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해서 2011년에는 32명까지 올라, IMF 이전과 비교할 때 3배 이상 상승했다.

그러면 IMF 사태 이후, 그리고 2002년 이후 나타난 변화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의 생각이다. 돈이 우리 삶의 전부가 됐다. 돈이 있어야 살 수 있고, 돈이 없으면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돈이 절대적 가치가 됐다. 원래 돈은 상대적 가치이고, 생명은 절대적 가치였다. 그런데 이 자리가 뒤바뀌었다. 돈이 절대적 가치가 되고, 생명이 상대적 가치가 됐다.

2021년 퓨리서치센터에서는 17개의 세계선진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해서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1위는 압도적으로 가족으로 나왔고, 2위는 직장, 그리고 3위는 '물질적 풍요'였다. 그런데 이 조사에서 한국인들은 '물질적 풍요'를 1위로 꼽았다. 가족을 중시하는 한국인의 정서에서는 가족이 1순위로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그런데 이 리포트에서 특이한 점이 있었다. 이 조사는 객관식이 아니라 주관식이었다. 다른 나라의 응답자들은 이 질문에 몇 가지의 응답을 내어놓았는데, 그런데 유독 한국인들은 62%가 '물질적 풍요', 즉 돈이고 단 하나의 답만 내어놓았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해석을 해 본다면, 한국인들에게 가족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가족을 유지하려고 하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의 표시라고 할 수 있다. 즉 돈이 있어야 가족도 있고 행복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런 단순한 목표설정, 단선적인 삶의 이해는 결국 돈이 사라질 때, 또는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경쟁에서 스스로가 낙오될 때 다른 대안이 없이 무너지게 된다. 즉 돈이 없다는 것은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고, 사회생활도 없다는 의미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 하나의 이유로 삶의 모든 것이 사라진 것으로 이해된다. 결국 한 번의 실패가 삶의 의미를 무너뜨리고 생명까지 앗아간다는 말이다. 이것이 바로 죽음의 가치관이고, 더 크게 본다면 죽음의 문화이다.

생각을 바꾸어 주는 일은 교회가 할 일이다. 죽음이 아니라 생명의 가치관을 만들어 주고, 이 사회에 죽음의 문화가 아니라 생명의 문화를 만드는 일은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고, 해야 할 일이다. 교회에서 생명을 이야기하고, 세상을 향해서 생명을 소리치는 일을 감당한다면 죽음의 문화가 지배하는 대한민국에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가 닥치면서 한국사회에서는 생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때에 교회가 이러한 생명운동에 앞장 선다면, 그 무엇보다 귀한 일이 될 것이다. 다른 여러 봉사가 있지만, 생명의 가치관을 세우고 문화를 만들어 가는 교회가 앞장 서 나가길 바란다.

조성돈 교수 / 실천신학대학교, 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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