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이 하나님 책임? - 악의 존재에 대한 변증적 해명(1)

[ 알기쉽게풀어쓴교리 ] 28. 기독교신론(6)

김도훈 교수
2022년 09월 29일(목) 16:55
하나님이 전능하시다면 왜 악이 존재할까? 하나님은 왜 악을 내버려 두시는 것일까? 악이 존재한다면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본 대로, 무신론자들의 이 질문에는 첫째, 이 땅의 거대한 악은 하나님 책임, 즉 악의 최종적 원인은 하나님 때문이라는 생각, 둘째, 악과 하나님의 양립불가능성, 즉 악이 있으니 하나님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 셋째, 그래도 하나님이 존재한다면 하나님이 무능하거나 선하지 않은 신이라는 생각 등이 담겨 있다. 어느 하나도 동의할 수 없는 생각들이다. 왜 동의할 수 없는지를 논리적-변증적 관점에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여기서는 무신론자들에게 반박 질문을 던지면서 몇 가지 논리적, 변증적 해명을 시도해 보려한다.

첫째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모든 것이 하나님 책임인가? 이 질문을 바꾸면 다음 질문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은 왜 선악과를 만드셨나? 그리스도인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논리적 변증적 관점으로 접근해보고자 한다. 달리 말해, 이 글에서의 해명은 "하나님이 왜 선악과를 만들었는가"에 대한 기독교적 설명이라기보다 "왜 선악과를 만들었느냐, 만들지 말지 …"라고 모든 것을 하나님께 책임을 돌리려는 무신론자들에 대한 해명이다.

왜 우리는 모든 책임을 하나님에게 지우는가? 이 질문에 대응하기 전에 무엇을 악이라고 부르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악을 두 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자연적인 악이고 또 하나는 도덕적인 악이다. "자연적인 악이란 인간이 자연의 손에 의하여 경험하게 되는 고난이나 악을 의미하고, 도덕적 악이란 인간의 죄나 잘못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과 세계에 저질러지는 고난이나 악을 뜻한다." (밀리오리). 최근 들어 자연적인 악이 단순히 자연적 원인 때문이라고 말하기가 어려울 만큼 인간의 자연 파괴의 결과 때문인 경우가 허다하다. 인간이 저지르는 악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전쟁이나 대학살과 같은 비참하기 그지없는 거대한 악은 인간이 저지른 것이다. 전적으로 인간책임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간의 책임을 하나님 책임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이런 질문을 종종 듣는다. 하나님은 왜 선악과를 만들었느냐고, 왜 인간이 따먹도록 내버려두셨냐고, 선악과를 만들지 않았으면 인간이 유혹당하지 않았을 것 아니냐고. 이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질문이다. 왜 선악과를 만들었느냐고 물을 것이 아니라 왜 따먹었느냐고 물어야 정확한 질문이다. 하나님을 향해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인간을 향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인간은 선택할 자유가 부여되어 있었다. 거기에 선악과만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선악과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선악과는 단순히 인간을 유혹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명령을 기억하고 하나님 안에서의 자유를 추구해야 진정한 기쁨과 샬롬이 있음을 상기시켜 주는 나무였다. 결혼반지가 속박이 아니라 서로의 약속인 것처럼.

하나님은 본질이 사랑이시다. 그는 사랑이시므로 사랑하시는 분이다. 사랑은 대상을 요청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사랑의 대상으로 인간을 만드셨다. 그리고 그에게 자유를 주셨다. 하나님은 최초의 인간에게 따먹지 말 것을 말씀하시고 명하셨다. 그것은 이미 인간에게 선택할 자유가 있음을 의미한다. 자유 없는 인간, 선택할 수 없는 인간이라면, 선만 행하도록 프로그래밍 된 인간이라면 하나님의 요청과 명령과 관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기계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먹을 자유가 없는 인간에게 따먹지 말라고 요청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또한 사랑은 본질적으로 관계다. 사랑은 자유로운 관계를 원한다. 상대방을 강제한다면 그것은 자유로운 자발적 사랑이 아니다. 감사하다고 수없이 반복적으로 외치는 기계음(音)에 우리가 감흥하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중요한 것은 거기에는 생명나무도 있었다. 그러므로 선악과를 선택하지 않을 자유, 생명나무를 선택할 자유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그는 선악과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선과 악 중에 악을 택한 것이고, 그것은 곧 하나님 반대편을 택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선택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인간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최초의 인간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하나님은 그에게 책임을 물으셨던 것이다. 앞에서 제기한 악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악의 존재를 하나님 책임이라고 주장한다면, 하나님은 왜 인간을 선택할 자유가 없는 인간으로 만들지 않았느냐, 왜 선을 기계적으로 행하도록 만들지 않았느냐와 동일한 질문이 되고 만다. 모든 악이 하나님 책임이라고 주장하면 결국 논리적으로 하나님은 인간을 만들지 말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그러기를 원하는가?

김도훈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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