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앞에서의 투항

[ Y칼럼 ] 이승제 청년 ②

이승제 청년
2022년 09월 07일(수) 10:06
투항, 항복의 단어를 들으면 '패배'가 떠오른다. 어쩔 수 없이 목숨이라도 연명하기 위해 명예로운 죽음을 포기하고 자신의 지위마저 내려놓고 노예로 전락하는 삶을 인정하며 여생을 희망없이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의 자유가 사라지고 누군가에게 매여 살게 된다면 그것만큼 불행하고 답답할 일이 있을까. 원망과 불평이 입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다.

하나님께서 택하신 이스라엘 백성들 또한 주님의 은혜로 애굽에서 출애굽하고 가나안 땅을 정복하며 나라를 세워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주님께 순종하지 못하자 나라는 멸망하고 포로로 생활하다가 귀국하는 역사를 보면서 나 자신을 성찰하게 됐다. '주님 말씀대로 살아야지' 매번 다짐해도 현실은 주님께 투항, 항복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하는 모습은 나라를 지키려는 독립투사만큼이나 애쓰는 모습이다.

학창 시절 새신자로 교회에 온 한 형제의 고백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뇌리에 맴돈다. 대화를 나누며 주님 영접 기도를 듣게 됐는데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시는 신앙 고백이겠구나'라는 감탄이 나왔다.

"주님 지금까지의 삶이 주님께 저항하지 않으려고 '나'를 우상화했던 삶을 용서해 주세요! 오직 주님께 투항하겠습니다. 당신의 사랑에 항복하고 주님만을 주인으로 모시겠습니다." 이 같은 형제의 고백은 세상과 주님의 가치관 싸움에서 끝까지 저항하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이었다. 주님 앞에서만큼은 투항하고 항복해야 진정한 자유함이 있다는 것을 진리와 자유함의 말씀으로 성취하시는 약속의 하나님을 인정하는 기도였다.최근 N포세대 이야기를 많이 들으며 나 역시 피할 수 없는 현실의 여러 문제에 대해 주님 앞에서 솔직하지 못하고 나 자신을 합리화한 부끄러운 모습이 가득함을 고백한다. 결혼을 앞둔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여러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홀로 지낸 시간이 많아지고, 감정 소모를 하기 싫고 혼자가 편해져 의무적인 이성 교제와 결혼의 중요성을 간과했다. 또 자신을 합리화하며 신앙이 있는 청년을 만나고 싶다고 하지만 현실 조건을 조목조목 따졌고, 시간이 흐른 만큼 보상 심리마저 발동해 이제는 아무것도 못 하게 됐다. 결국 주님을 믿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고백은 믿음 없는 나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속 마음은 누구보다 결혼을 원하면서 시간이 더 흐르면 안 될 것 같고 조급한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여유 있는 척, 관심 없는 척하는 '척, 척'의 가면을 여전히 쓰고 있는 셈이다.

이런 연약한 모습이 괜찮은 모습은 아니지만, 이런 모습이어도 주님 앞에 용기내어 나아간다. 괜찮지 않을 때 나아가는 것도 용기니까! 주님께 투항하고 항복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오늘도 청년들의 삶이 변화하지는 않지만 주님께서 앞으로 어떻게 일하실지 삶의 자리에서 문제 앞에서 매일매일 주님께 투항하고 그 사랑에 항복하길 기도한다.

이승제 청년 / 포항장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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