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만큼 치명적인 불평등 바이러스

[ 주간논단 ]

김은혜 교수
2022년 08월 22일(월) 08:23
코로나가 깨닫게 한 것 중의 하나는 기후문제와 사회문제는 깊이 연동되어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경제적 충격이 발생했고, 수억 명이 일자리를 잃고 빈곤과 기아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렇게 팬데믹은 세계적 차원의 불평등을 가속화시켰고 재난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음을 보게 하였다. 사회적 불평등이 새롭게 조명을 받게 되고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중 'S(사회)'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구호 개발기구의 2021년 옥스팜 불평등 보고서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경제적, 인종적, 성별 불평등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이후 증가한 10대 억만장자의 재산만으로도 전 세계인 모두를 빈곤으로부터 구할 수 있고 모두의 백신 비용을 지급할 수 있다는 통계는 코로나가 가져온 부의 양극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한국 사회에 대한 현실인식 조사에서는 교회청년 10명 중 4명은 성경 말씀대로 살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고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된 사회라는 데 92.3%가 동의했다. 신앙적 가치로 살아가려는 노력보다는 패배감과 절망이 그대로 드러나는 응답들이다. 한국교회 역시 별로 희망적인 통계나 현상은 보이지 않고 한동안 이러한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암담하고 어려울 때일수록 이웃과 사회를 위한 진정한 사랑은 더욱 빛나게 된다.

목회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생명력 있는 교회가 되기 위해 팬데믹 이후 급속히 달라지는 사회환경을 영적으로 성찰하고 고통의 현장에 예민해져야 한다. 그리스도의 몸으로 살아 숨 쉬는 건강한 교회는 항상 목회현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사회와 소통해야 한다. 한국 사회가 짊어지고 있는 짐을 나누어져야 하는 책임이 교회에 있기 때문이다. 본회퍼는 그의 옥중서신에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란 타자에 관한 관심과 배려라고 말한다. 교회는 사회적 고통을 나누기 위해 먼저 이웃과 공감해야 하고 공감은 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문제와 가치를 수반할 때 가능하다. 교회의 희망이 사회의 희망과 동떨어져 있지 않는다면 심화되는 불평등으로 가난한 이웃들이 희망을 포기할 때, 절망의 나락에서 천하보다 귀한 목숨을 내던질 때 교회는 어떠한 문제를 공유하고 어떠한 가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대답할 책임이 있다.

세상이 기대하는 교회는 사회를 변혁시키는 대단한 이슈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이벤트형 행사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애써 드러내지 않아도 과장하지 않아도 교회라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 이웃들에게 자랑이 되어야 한다. 극단적 불평등이 만연한 시대에 교회는 예수님이 그렇게도 아끼셨던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들이 주저 없이 찾아와 안길 수 있는 주님의 품이 되어야 한다. 특별히 한 사회의 영적 지도자인 목회자의 사회적 책임과 도덕적 삶은 그 자체가 가장 적극적 선교임을 기억하자. 사회적 책임을 간과한 채 전도라는 목적성만 앞세운 선교전략은 고통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무례하게 느껴지거나 때로는 더 마음을 닫게 할 뿐이다. 이제는 지역과 이웃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없게 되는 교회는 빠르게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질 것이다.

하나님 나라는 철저히 공동체적이며 함께 꿈꿀 때 가능해진다. 보이는 세상에 절망하지 않고 보이지 않은 그러나 이미 우리 가운데 임한 그 나라를 이 세계 속에 실현하기 위해 교회는 사회의 아픔과 이웃의 절망을 품고 기도하고 행동해야 한다. 교회는 계층적이고 구조적이며 불평등한 사회 체제를 평등과 포용과 용서와 사랑의 공동체로, 더 좋은 사회로 나아가도록 이끌어야 할 소명이 있다. 위기 상황 가운데서 한국교회는 자신의 정체성을 재발견하며 동시에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복음의 전달자로서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세상과의 적극적 관계 정립을 요구받는 교차로에 서 있다.



김은혜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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