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다"

[ 목양칼럼 ]

송희종 목사
2022년 08월 17일(수) 08:22
필자가 섬기는 교회에서는 2007년도부터 지역의 어르신들을 섬기는 은빛경로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 시작부터 지역에 사는 어르신들에게 한 달에 한 끼 점심식사를 대접하는 마음으로 후원금을 받아서 운영을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수백 명의 성도들의 후원금으로 지역의 200명에 가까운 어르신들을 섬기고 있다. 그뿐 아니다. 교사로, 차량봉사로, 주방봉사로 자원 봉사하는 수많은 성도들의 수고와 헌신이 없이는 이 모든 일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래서 늘 고마운 마음을 갖는다.

사실 나는 목사로서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럼에도 내가 뭐라고 담임목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의 판단과 말을 신뢰하며 묵묵히 따라와 주고 함께 해주는 성도들, 그들이 참 고맙다. 그들이 없으면 나도 없다. 그래서 나는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수고와 헌신에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목회한다.

가끔씩 '내가 목사가 아니라면, 나는 저분들처럼 저렇게 신앙생활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자신이 없다. 그래서 더욱,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헌신하는 성도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마음과 더불어 고마운 마음이 든다.

사실 교회는 앞에 있는 몇몇 사람들이 이끌어 가는 게 아니라, 이름 없이 빛도 없이 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헌신하고 봉사하고 헌금하는 수많은 성도들을 통해 이루어져가고, 교회가 교회로서 그 기능을 다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목회하다가 보면, 때로 그런 분들의 기도와 수고와 헌신은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지고, 그저 직분자들이나 능력 있는 몇몇 분들의 수고와 헌신만 대단한 것처럼 드러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래서 나는 가급적 몇몇 사람만이 아니라, 모두가 다 교회의 주인공처럼 인정받고 쓰임 받는 그런 교회를 꿈꾸며 목회한다. 내가 조금 더 많이 수고하고 헌신했다고, 성도들이 받아야 할 영광을 가로채려고 하지 않는다. 혹은 어떤 특별한 사람 몇몇이 그 영광을 독차지 하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쓴다.

오히려 교회는 목사나 어느 특별한 사람의 수고와 헌신으로가 아니라, 그 밑에 가려져있는, 하지만 온 마음으로 교회를 사랑하고, 그래서 기도하고 수고하고 헌신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통해 함께 지어져 가고 있음을 보게 하려고 애를 쓴다.

그래서 필자는 2020년 교회 창립 100주년 기념교회를 건축할 때에도, 어려웠지만 누가 헌금을 얼마 했는지, 많이 낸 사람을 칭찬하면서 헌금을 독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작지만 모든 성도가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더불어 함께 참여하기를 독려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담임목사인 나 외에는 누가 얼마 헌금했는지 잘 알지 못한다. 혹여, 헌금의 크기로, 수많은 이들의 순수한 교회 사랑과 헌신이 그릇 되이 평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 결과 모두가 한 마음 하나가 되어 어려움 없이 행복하고 기쁘게 건축을 이루어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기적 같은 일이었다.

목회하면서 몇몇 특별한 사람만이 주인공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하는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 되어 일하도록, 그들의 수고와 헌신에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귀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그들이 있기에 내가 있고, 그들의 수고와 헌신이 있기에 교회가 교회로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희종 목사 / 임실교회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