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성경학교

[ 이슈앤이슈 ]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2022년 07월 20일(수) 08:16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녔던 사람이면 누구나 여름성경학교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만 해도 여름의 시작과 함께 여름성경학교를 기다렸다. 예정된 날이 다가오면 교회학교 선생님이 앞장을 서고 우리는 그 뒤를 따르면서 여름성경학교 알리기에 나섰던 것도 기억에 남아 있다.

목청을 높여 부른 노래는 여름성경학교 교가, "흰 구름 뭉게 뭉게 피는 하늘에 아침 해 명랑하게 솟아 오른다 손에 손 마주잡은 우리 어린이 발걸음 가벼웁게 찾아가는 길 즐거운 여름학교 하나님의 집 아 아 진리의 성경 말씀 배우러 가자." 3, 4년 선배들의 전언에 의하면, 청년 선생님이 앞장서서 큰북을 쳤다고 했다. 전설과 같은 이야기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큰북까지는 아니었고, 목소리를 높여 노래를 부르면서 구경 나온 같은 또래 정도의 친구들에게 성경학교 일정 등이 기록된 전도지를 나누어 주곤 했다.

당시 교회에서 진행된 여름성경학교는 최소 4일, 일주일씩 진행됐다. 청소년기에도 3, 4일씩은 성경학교가 열렸다. 당시는 교회를 떠나 다른 장소에서 여름성경학교를 진행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때였지만 성경학교가 진행되는 마직막 날에는 으레 야외로 나가는 순서가 있었다. 학교에서 소풍(주로, 고궁이나 능)을 가는 것 말고는 특별히 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었던 때이기에 청소년기에 여름성경학교에서 진행하는 야외행사는 성경학교의 백미로 늘 기대됐다. 목적지라고 해야 물이 흐르는 냇가에서 큰 솥을 걸어 놓고 감자와 옥수수를 찌고 삶아서 나누어 먹고 물놀이하고 둘러앉아 손수건 돌리기 수준 정도의 게임이 전부였다.

이러한 어렸을 때의 여름성경학교는 필자가 청년 시절 교회학교 교사를 할 때까지 이어지다가 수련회라는 개념으로 바뀌면서 교회 내가 아닌 교회 밖의 장소를 빌려서 '교회학교 여름 수련회(성경학교)'라는 이름으로 여름성경학교가 진행됐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후에는 큰 교회의 경우 자체적인 수련회(여름성경학교)가 진행됐고, 작은 교회들은 연합으로 혹은 수련회 전문 기관에서 준비한 연합수련회에 참석했다.

아무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여름성경학교는 방법과 내용변화를 거듭했다. 그런데 교회학교가 쇠퇴하면서 여름성경학교(수련회)도 축소되고 의미가 퇴색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교회 입장에서는 여전히 여름성경학교가 1년 중 가장 큰 행사이고, 이에 맞춰 많은 예산도 투입하고 있다. 당연히 교회학교를 책임지고 있는 교역자나 교사들은 성공적인 성경학교를 위해 집중해서 에너지를 쏟기 일쑤다. 유익한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교회학교 현장 관계자들의 최대 관심은 얼마나 많은 피교육자(어린이 학생)가 참석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역자와 교사, 학생들 간에 수련회 참가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한다.

교회학교 교사들의 이야기를 빌려서 이야기하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참여율이 떨어진다. 교회 중직자의 자녀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고 푸념한다. 중직자 자녀들에 대한 기대치가 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분석도 있긴 하지만. 그러나 대학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수련회가 준비된다는 것에 대해 탐탁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올해 여름성경학교(수련회)를 앞두고 일시적인 작은 변화가 있다는 교육현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 중학교 3학년은 코로나로 인해 고등부 중등부 수련회를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데서 오는 변화다. 그래서 이들 중에 이번에는 꼭 이전과 같은 수련회를 준비해 달라고 교회에 요청했다는 풍문이다. 중.고등부를 마치기 전에 수련회를 경험해 보고 싶다는 것이다. 물론 다수는 아닌 몇몇의 생각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한 명이라도 관심을 갖고 수련회에 참석하겠다고 한다면 교회는 사명감을 가지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비록 그들이 청소년기에 한번쯤 경험하는 추억쌓기라고 하더라도 교회는 그냥 지나치는 통과의뢰적인 행사로 이번 여름성경학교(수련회)를 생각해선 안될 듯하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할 때 물가 상승으로 여름성경학교 비용도 만만치 않아졌다. 또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 정국으로 인해 방역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이중삼중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 뿐만 아니라 교회도 코로나19 이전과 이후가 전혀 다른 세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듯이, 2022년 여름에 준비된 '여름성경학교(수련회)'도 2, 3년전과는 차별화된 준비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추억쌓기부터 신앙적으로 한 단계 더 성숙해질 수 있도록.

아동 청소년 때에 경험했던 여름성경학교의 추억이 평생의 추억이 되고, 성숙한 신앙의 뿌리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 보자.

박만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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