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팬데믹 교회, ESG로 세상과 접촉하자

[ 주간논단 ]

김은혜 교수
2022년 07월 19일(화) 08:04
교회의 건강한 성장은 세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미칠 때 가능하다. 교회의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부지런히 세상과 접촉하고 교회 밖의 사람들과 접속하자. 교회가 세계와 교회 밖의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만날 수 있어야 복음이 전파된다. 세상을 사랑하사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신 사명을 수행하는 성도들에게 가장 큰 능력은 세상의 빛이 되는 것이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지향하지만 세계 안에 존재하며, 복음은 세상의 가치를 넘어서지만 세상을 통하여 전달된다.

ESG는 처음 기업 관련 용어로 등장했지만 현재는 전 세계 경제영역의 시대정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한국사회에도 지난 2~3년 사이 대중적 관심도가 급증하고 있다. 환경(Enviro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로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이다. 혹자는 왜 교회에서 세상적인 용어를 사용하는지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복음을 전하시며 사용하신 단어들은 그 시대에 가장 대중적이며 그 시대의 보편적 가치를 관통하고 있는 언어였다.

팬데믹을 지나면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조차 지구의 지속성과 책임성을 적극적으로 숙고하면서 환경의 문제와 사회적 책임과 지역에서의 선한 영향력을 중요한 지표로 설정하였다. 소비자는 이제 상품만 보지 않고 기업의 가치와 사회적 공헌도를, 성과중심에서 가치를 세심하게 따지기 시작했다. 특별히 환경문제를 중요시하는 MZ세대의 가치관과 맞물리면서 앞다투어 ESG경영을 기업들이 선언했다. 사실 교회는 이미 ESG의 가치들을 실현해왔다. 돈이 아니라 영혼의 양식을 제공해야 하는 교회는 그 어떤 조직보다도 사랑과 공의 그리고 생명과 평화의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근본적 전환을 위해 맘몬을 포기하고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지난 2년의 팬데믹을 통해 세계의 지성인들은 코로나가 단순히 보건의 문제만이 아니라 기후 위기의 문제임을 절감했다. 그리고 그 문제의 가장 큰 책임이 인간에게 있음을 아프게 대면하는 시간이었다. 코로나의 엄청난 충격 앞에서 여전히 성도들은 환경문제에 관심은 있으나 행동하지 않으며 교회는 물론 신학 역시 코로나로 인해서 촉발된 기후붕괴에 대한 심각한 경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팬데믹 재앙을 지구의 종말과 그것도 파국적 세계의 마지막으로 해석하는 잘못된 종말론은 오염된 지구를 살리고, 온난화를 막고, 탄소를 줄이며, 피조세계의 신음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들을 다가올 대재앙 앞에서 부질없는 일로 만들어 버린다.

지구의 미래를 위해 교회가 다양한 단체들과 협력의 능력을 상실할 때 교회의 생존 역시 불가능해진다. 더 나아가 교회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특별히 교회 지도자들은 MZ세대의 가치관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 제품을 선택할 때도 친환경 소재인지를 확인하고 우리가 입는 옷, 마시는 물, 숨 쉬는 공기, 이 모든 것이 ESG와 관련된다. 따라서 교회는 세상과 접촉하고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서 생태 가치들을 실천하며 일상의 순간순간을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팬데믹 기간에 락다운 조치를 통해 인간은 결코 지구를 떠나서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계 최고의 부자인 제프 베이조스 조차 단 11분간 우주에 머문 뒤 돌아왔다. 지구를 떠나 도망갈 곳은 없다. 다만 같은 장소를 다르게 살 수는 있다. 이 땅 위에 오셔서 함께 하시는 하나님과 동행하는 길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한국교회가 여러 차원에서 위축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게 된 과정과 문제를 분석하고 반성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세상을 섬기는 건설적인 응답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교회의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교회가 각자의 분량만큼 ESG 가치로 고통받는 지구를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교회를 살리고 세우는 길이다.

김은혜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와 문화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