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왕 같은 제사장이다

[ 목양칼럼 ]

조의환 목사
2022년 07월 13일(수) 08:20
여러 해 전부터 운동으로 저전거를 시작했다. 급한 오르막에서의 가쁜 숨과 터질듯한 근육의 고통을 견디는 것도 꽤나 재미있고, 라이딩 중간에 찾게 되는 그 지역의 핫 한 음식점이나 카페도 라이딩의 흥겨움을 더하는 요소중의 하나이다.

그러다가 자전거로 여행하는 영화의 한 부분을 찍기도 했는데, '용서를 위한 여행'이라는 제목의 일본을 용서하자는 영화로 서울에서 동경까지 자전거여행을 하면서, 매일 찬양과 예배를 드리고 중요한 지점에서는 한일간의 용서를 위한 집회를 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영화가 완성될 즈음에 코로나 상황이 닥쳐서 개봉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목적지인 동경으로 들어가기 직전, 일정 중 가장 난코스라 할 수 있는 후지산 아래의 하코네 산자락을 우중에 넘는 일정에 참여하였고, 동경에서의 마지막 집회에 강사로 서기도 했다.

또 한번은 자전거동호인 목사님들과 함께 제주 일주도로상의 교회당을 찾아가며, 찬양과 기도를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도 있다. 그 날은 제주 최초의 순교자이신 이도정 목사님의 순교지인 대정마을에서 출발하였고, 강정마을을 지날 즈음, 해군기지건설반대를 위한 데모가 있어서, 잠시 서서 살펴보곤, 앞서간 분들을 따라잡기 위하여 너무 무리하게 힘껏 달리다가 그만 허리근육을 다치게 되었다. 그 이후 1박 2일간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의 허리통증을 안고 라이딩을 마치게 되었다.

그리곤 그해 가을 강정마을을 다시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 때 해군기지에 대한 찬반으로 나뉘어진 마을을 보게 되었다. 교회도 이 다툼에서 벗어날 수 없어, 교인들 사이도 나뉘어져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때 갑자기 이곳에서 허리를 다쳤던 기억이 나며, 내 마음에 든 생각이 '외부에 의하여 나뉘어진 강정마을의 현재가 남북으로 나뉘어진 한반도 같구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강정마을의 상처가 치유되고 평화로 하나되는 날, 한반도의 평화도 오지 않을까, 그러니 이 마을을 위하여 기도하자'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날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마음이었고, 그 후로 강정마을의 회복을 위하여 교회적으로 기도하기 시작했고, 1년에 한번씩 교회 중보기도팀들과 함께 제주 올레 길 전체를 조를 나눠 돌며, 강정마을의 평화와 회복을 위하여, 그리고 나라와 민족과 통일을 위하여 기도하는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이 기도는 코로나사태가 오기 전까지 한 5년 이상 계속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휴전선을 돌며 남북평화를 위하여 기도하는 프로그램으로 전환하고자 했는데, 코로나사태로 시행하진 못하였지만, 상황이 괜찮아지면 휴전선을 돌며 평화를 위한 기도회는 꼭 진행하고 싶다.

우리는 왕 같은 제사장이다. 그래서 이 땅을 축복할 수 있는 권한과 책무가 있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너무 어두운 것은 우리가 제사장의 직무를 소홀히 해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둠속에 하나님의 빛이 임하도록, 환란과 불행과 아픔과 상처가 가득한 땅에 하나님의 위로와 안식이 임하도록 축복할 권한이 왕 같은 제사장인 그리스도인들에게 있다. 그러니 만나는 분들마다, 내 눈에 보이는 곳마다, 상처와 아픔이 보여지는 곳 마다, 축복하며 기도하자.

러시아 신학자 니콜라이 베르자예프의 "내 밥을 고민하는 것은 물질의 문제이지만, 이웃의 밥을 고민하는 것은 영적인 문제이다"라는 말을 기억하며.

조의환 목사 / 김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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