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사다오의 1968년 작품 '맹인을 고치시는 예수'

[ 이야기박물관 ]

신상현 목사
2022년 07월 11일(월) 09:29
와타나베 사다오의 1968년 작품 '맹인을 고치시는 예수', 55.5x64.5cm, 장로회신학대학교역사박물관 소장.
"나는 그리스도와 복음에 생명을 빚졌다. 나의 감사의 표시 방법은 성경적인 장면을 매개로 나의 신앙을 증언하는 것이다."

일본 최고의 기독교 예술가로 알려져 있는 판화가 와타나베 사다오(1913~1996)의 고백이다. 청소년기에 불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그는 1943년부터 말년까지 기독교 복음을 묘사한 38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그는 오키나와의 전통 식물염료를 사용해 '카타조메' 작업을 했는데, '카타조메'는 종이나 판지 등에 그림을 그리고 그 모양에 따라 구멍을 낸 뒤 천 위에 고정해 염색하는 기법이다. 이 기법은 사용하는 색깔 마다 판을 따로 만들어야 해 계획 단계부터 엄청난 섬세함이 요구되며, 완성된 작품은 작가의 섬세함 만큼 회화적인 효과를 보여준다. 와타나베 사다오 작품의 절제된 구성, 도안된 판에 칼로 구멍을 냄으로 생기는 선의 긴장감과 대담성, 그리고 인물이 입은 옷감 패턴의 장식성은 일본회화의 전통미를 물씬 풍긴다. 그는 이러한 일본 전통 회화의 특징을 고수하면서 한편으로는 젖은 종이를 구겨 입체화된 화면 위에 판화를 구현하는 독창성을 보여준다.

와타나베 사다오는 "내 임무는 일본의 예술적 전통 안에 서는 것이다 … 신학이 외래 문화에 그친다면 일본 땅에 깊이 뿌리내리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믿음과 자기 정체성 안에서 성경의 서사를 일본식으로 토착화했고, 일본인들에게 많은 공명을 이끌어냈다.

카타조메 판화 '맹인을 고치시는 예수'는 요한복음 9장의 맹인 치유 기사를 포착했다. 날 때부터 맹인된 사람을 만난 예수께서 진흙을 이겨 그의 눈에 발랐고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라 하시니 그는 가서 씻고 밝은 눈으로 돌아왔다. 그림 속의 예수 그리스도는 능력의 오른손을 들어 맹인의 눈을 만지고 있다. 예수와 맹인을 사이에 두고 서있는 두 제자의 눈은 치유하시는 그리스도를 주목한다. 두 눈을 감은 맹인은 지팡이를 꼭 쥔 두 손을 모으고 겸손하게 무릎을 구부렸다. 빛을 알지 못하는 맹인의 말간 얼굴에 세상의 빛이신 예수의 말씀이 드리웠다. 그리고 그는 빛을 보게 됐다. 그림 중앙에는 성경에 기록되지 않은 작은 강아지가 등장한다. 맹인 거지의 친구였을까? 도상학적으로 개는 충성을 상징하며, 작가는 이것으로 빛이신 예수를 만난 이후 맹인의 충성된 삶을 이야기했다. 그는 바리새인들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고친 사람은 하나님께로부터 왔다고 고백했다.

예수께서는 심판하러 이 세상에 왔으니 보지 못하는 자들은 보게 하고 보는 자들은 맹인이 되게 하려 함이라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무엇인가?

신상현 목사 / 장로회신학대학교역사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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