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아닌 중재자

[ 주간논단 ]

강찬성 장로
2022년 07월 12일(화) 08:03
한국교회는 선교 초기부터 민족의 고통과 아픔을 나누며 함께 성장해 왔다. 그 동안 한국교회가 민족의 리더로 성장 발전의 중심적 역할을 감당해 오면서 때로는 영광의 발자취를, 때로는 책망의 흔적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시대적 소명에 어떻게 응답했느냐에 따라 사회의 변화에 큰 영향을 끼쳐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알고 있듯이 지금의 한국교회는 그 위상이 점점 위축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교회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오히려 이 시대의 희망이 아직은 한국교회에 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더욱 시대의 변화와 정세의 흐름에 민감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비추어 볼 때 오늘날 한국교회의 역할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날 한국교회는 시대를 개척하고 이끄는 선각자요, 지도자였다면 지금의 한국교회는 지도자보다는 중재자의 역할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알다시피 지금 세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동서 간의 갈등과 이념의 대립이 심화 되고 있고, 다시금 냉전시대가 도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갈등과 대립으로 병들고 있는 것은 국제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 대선을 거치면서 세대별, 계층별 사회적 갈등의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의 90%가 우리나라의 가장 심각한 문제를 '사회적 갈등'이라고 응답했다. 진보와 보수 간 이념 갈등이 첫 번째이고 빈부 간의 격차, 노사갈등, 세대갈등이 뒤를 잇고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지난 10년간 이런 사회적 갈등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갈등의 원인을 경제적 양극화와 무능한 정치를 지목했지만 무엇보다 공감했던 것은 우리 사회에 갈등이 많은 것은 '공정한 중재자'가 없기 때문이라는 조사였다. 공정하지 않은 정치에 대한 비난은 그렇다 쳐도 공정한 중재자가 없다는 말에 그리스도인의 한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엡2:14).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 보다도 공정한 중재자가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갈등과 대립의 벽을 허물고 상처와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진정한 중재자는 예수그리스도 밖에 없다. 예수님은 평화의 왕으로 오셔서 십자가의 보혈을 흘리심으로 죄로 단절된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중재자가 되어 주셨기 때문이다. 우리의 사명도 이와 같다. 예수님께서는 산상수훈을 통해 화평케하는 자라야 복된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말씀하셨다. 이 땅의 빛과 소금이 되어 세상을 화평케 하는 자가 되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분명한 사명이다.

세상의 그 어떤 정치나 사상과 이념도 하나님의 나라를 담아낼 수 없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이 시대의 염원대로 사회 통합과 치유를 위해 중재자의 역할을 위해 노력한다면 사회는 새롭게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화평케 하는 자로서, 중재자의 사명을 다 한다면 갈등과 대립으로 병든 우리 사회가 치유될 것이라고 소망해 본다.





강찬성 장로 / 남선교회전국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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