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은혜

[ 목양칼럼 ]

조의환 목사
2022년 06월 29일(수) 08:25
1978년도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탔다. 이 상을 받을 만한 뛰어난 음악적 재능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함께 노래한 동료들이 뛰어났고, 훌륭한 작곡자의 곡과 좋은 점수를 준 심사위원들 때문이었다. 그렇게 함께 하는 좋은 동료로 인하여, 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어쩌면 천국에서도 덩달아 더불어 받게 될 상도 있을 것이라 능히 상상이 된다. 주께서 내 곁에 붙여 주신 좋은 이들 때문에 받게 될 상이다. 그러니, 나의 헌신과 능력 때문이 아니다.

30대의 나이에 100년의 역사를 가진 현재 교회의 담임목사직을 맡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어린 나이에, 그렇게 오랜 전통을 가진 교회를 감히 맡을 생각을 어떻게 했었는지, 그리고 그 직무를 오늘까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는지 신기할 뿐이다. 그러나 하나 아는 것은 나의 모자람과 미숙한 생각, 그리고 많은 실수에도 불구하고 사랑해주고 격려해주고 기도해 준 많은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그러니 오늘 이 자리에 그리고 여기까지 온 것은 전혀 내 능력이나 헌신 때문이 아니다.

제99회 총회에서 '헌법위원장'이라고 하는 감당치 못할 직무를 맡게 되었다. 친구들이나 동기들이 공과대학 출신이 언제 헌법공부를 했느냐고 지나가는 말로 묻는다. 이제야 하는 말인데, 당시 나는 법에 관하여 전혀 모르는 문외한이었다. 헌법위원이 되어서야 법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생소한 용어로 인하여 당시 전문위원이셨던 변호사 장로님에게 수시로 질문하였다. 이전 회기에서의 질문과 해석이 어떠하였는지 살펴보며 공부를 하였지만, 뭐 얼마나 제대로 알 수 있었으랴. 하나님께서 무능한 자를 자리에 앉혀 놓으시곤 감당케 하신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씩 하나님께 '왜 저를 그 자리에 앉히셨습니까?'라고 묻곤 한다. 그러니, 이 귀한 직무를 감당함은 전혀 나의 헌신과 열정 그리고 능력 때문이 아니다.

꽤 긴 세월동안 목양의 터에서, 그리고 교계와 선교사역을 위하여 섬긴다고 섬겼지만, 천국에서 받을 상급이 내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무익한 종을 하나님께서 세우셨고 또 필요한 능력도 부어 주셨고, 또 좋은 이웃들과 동료들을 통하여 감당케 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라도 천국의 상을 받기 위해, 오른손이 모르는 왼손의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려고 애쓰기도 한다.

우리 모두가 다 그렇다. 그곳이 어디든 사역을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세우셨기 때문이고, 또 감당할 수 있는 능력도 그 때 그 때 주시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부름 받음에 감사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성령에 의지하여 기도하며 순종하면 될 일이다. 부족함을 나보다 더 잘 아시는 주님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택하여 세우셨으니, 능력 또한 주실 것으로 믿으며…. 그러니 내일 일을 너무 염려할 것도 아니고, 그 동안의 업적을 너무 자랑할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이 은혜이니, 소망 가운데 즐거워하며 인내로 감사하며 섬기면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너희도 명령받은 것을 다 행한 후에 이르기를 우리는 무익한 종이라 우리가 하여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 할지니라"(눅17:10)



조의환 목사 / 김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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