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과 기도

[ 목양칼럼 ]

배덕환 목사
2022년 06월 08일(수) 07:52
최근 교회주보가 바쁘다. 예전에 없던 주일 떡 나눔 릴레이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배 후 성도들의 얼굴에는 행복 담은 함박 미소로 한 팔엔 사랑 담긴 떡으로 채워지고 있다. 주일 '떡 나눔'이란 성도 중 한 분이 다른 성도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떡을 대접하는 것을 의미한다.

담임목사로서 떡 나누는 분의 이름이 주보에서 보일 때마다 가슴이 뛰고 감격 스럽다. 성도들은 특정인의 이름이 주보에 나왔다고 그 사람을 시기하거나 목회자에게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다. 오히려 목회자보다 더 감격스러워한다.

그것이 뭘 그리 감격스러운 일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실제로 그럴 수 있다. 떡 한 덩이는 말 그대로 떡 한 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교회에서 나눠주는 떡 한 덩이는 '사랑 한 덩이'요, 궁극적으론 성도들의 중보적인 기도가 합쳐져 만들어낸 '기도 한 덩이'다.

지난해부터 성도들에게 사고와 질병이 많았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아빠 차 조수석에 탔다 교통사고로 뇌를 크게 다쳐 뇌 기능이 손상되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일상적인 학교 생활이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온 성도는 마치 자기 일처럼 주일예배 시간과 평일 새벽기도회에서 그리고 중보기도팀을 통해 기도했다. 아이는 놀랍게 회복되었고 지금 혼자 아동부 예배를 드릴 정도로 거의 완벽하게 회복되었다.

장로님 한 분은 1.5층 되는 높이에서 머리부터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뇌 손상이 크게 왔고 어깨뼈와 갈비뼈 등 많은 곳을 다쳤다. 온전한 회복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한 번 겪어본 일이기에 온 성도는 소그룹에서 그리고 예배에서 함께 기도했다. 최근에 자기 차량을 운전하고 부천까지 진료 받으러 가셨는데, 같은 시기에 비슷한 수술을 받은 8명 중 자신처럼 회복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담당의사도 놀랐다고 한다.

한 성도는 최근에 교회에 나와 등록하지 않고 다녔는데, 출산을 2주 남기고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출산을 위한 병원을 정할 수 없었다. 어떤 병원도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회에 기도를 요청했고 당연히 교회가 함께 기도했다. 1주일 만에 코로나가 후유증 없이 완벽하게 치료되어 아기를 잘 출산했다. 암으로 고통 받는 권사님이 계시다. 언제나 그렇듯 교회가 함께 기도했다. 항암치료 받지 않아도 될 만큼 호전되어 다른 치료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분들이 그동안 하나님과 성도들에게 받은 사랑을 떡 한 덩이에 담아 성도들과 나누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떡은 우리 성도들에게 그리고 담임목회자인 나에게는 단순한 쌀떡 한 덩이가 아니다. 성도들의 중보적인 기도가 모아진 기도의 떡 덩이요 이로 인해 경험한 사랑을 되돌려 주려는 사랑의 떡 덩이다. 어찌 감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교회 안에 좋은 문화가 생겼다.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성도가 있다면 평소 친분 관계가 깊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내 일처럼 함께 기도해 주는 중보적 기도 문화, 그렇게 받은 사랑을 떡이라는 매개체에 담아 나눌 줄 아는 사랑의 나눔 문화(의무가 아님을 강조하여 어려운 성도들에게 떡 나눔이 부담이 되지 않도록 더 신경을 써야하는 것이 남아있다), 그리고 이렇게 교회 공동체가 함께 기도하면 된다는 하나님을 향한 절대 신앙 문화. 감사하다. 이런 교회에서 목회하는 것이 행복하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이 문화가 우리 교회 안에서 사라지지 않고 보다 심화되기를 기도한다.


배덕환 목사 / 용인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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