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는 번역의 종교, 한국의 복음은 유럽의 복음만큼 중요하다"

새문안교회 제13회 언더우드 국제심포지엄 개최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2년 05월 30일(월) 07:33
"역사가들이 전반적으로 가정하는 기독교는 유럽인들과 그 후손인 미국인들의 종교입니다. 북대서양 선교사들의 도움으로 생겨난 신생 기독교 공동체도 이와 동일한 지위를 지니며, 유럽 중심적 서사만큼 동일한 역사적 대우를 받아야 합니다."

서울노회 새문안교회(이상학 목사 시무)가 5월 28~29일 개최한 제13회 언더우드 국제심포지엄에서 강연을 한 존 코클리 교수(미국 뉴브런스윅신학교 석좌교수)는 역사신학자 앤드류 월스 박사가 기독교를 '번역의 종교'라 표현한 것을 재인용하며 "번역 원리가 기독교사의 더 큰 서사의 형성을 결정할 수 있음을 받아들일 때 미국식이든 서아프라키식이든 한국식이든 우리 자신의 문화에 의해 형성된 기독교 신앙에 대한 이해를 우리가 포기하거나 최소화해야 할 의무는 없다"며, "단, 문화에 대해 예언자적 정신으로 비판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제심포지엄에서 '낯선 복음이 우리에게 오기까지-메타서사에서 한국적 서사로'를 주제로 세 차례 강연을 한 존 코클리 교수는 하버드대 신학대학원에서 신학박사(Th.D) 학위를 받은 교회사 분야의 권위자로, '여성, 남성, 그리고 영적 권세'는 교회사 전공의 필독서로 여겨지며, 세계기독교 전반의 역사를 다룬 '세계 그리스도교 역사'는 거의 모든 북미지역 신학교에서 역사신학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코클리 교수는 '전체 이야기' 제하의 첫번째 강연에서 "근대기에 북대서양 이외의 기독교사는 선교역사로 격하되어 거대 서사의 주된 흐름에 의존하는 지류가 되었는데 20세기 말 근본적인 서사 자체에 대해 의문이 생겨나 기독교사의 유럽중심적 메타서사에 대한 도전이 제기됐다"며, "각 지역의 복음은 기독교가 현존하는 지역 문화에 동화된 산물이기에 문화 밖에 있지 않고, 문화 맥락 안에 항상 존재하며 문화의 관점으로 표현된다. 기독교 역사는 서구적, 유럽적, 북대서양적 기독교 역사에 종속되거나 강요되어 오늘날 우리의 기독교를 하나의 문화적 형식에 관해 말하게 해서는 안되며 기독교 유산은 다수의 것으로 여겨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 하는 근거로 그리스어인 '로고스'와 한국어의 '하나님'을 예로 들었다. 그리스에서는 아람어를 그리스어로 이해하기 위해 신성한 뜻을 담은 말씀, 또는 이성을 뜻하는 단어인 그리스어 '로고스'를 예수에 적용했고, 이 단어의 사용은 예수를 하나님의 창조행위와 연결시킬 수 있는 새로운 어휘가 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대한민국에서 신(God)을 문화적으로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으며, 한국 종교와 문화 안에 깊이 스며든 단어인 '하나님'으로 번역한 것도 이러한 예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코클리 교수는 "고대 헬라적 기독교가 번성하면서 팔레스타인의 기독교가 약해지고, 각 지역에서의 기독교가 번성과 소멸을 반복하다가 지금은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복음의 촛대가 옮겨지고 있다"며, "복음은 계속 번역되어 지역문화 안으로 상호작용해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시들고 사라진다"고 경고했다.

코클리 교수는 "하나님은 자신을 특정한 인간으로 번역하셨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육신이 되신 하나님은 자신이 속한 역사적 문화적 상황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었다"며, "이러한 것처럼 기독교 역사가 다른 역사와 문화적 상황으로의 추가적인 번역의 형태를 취하는 한 그 이후의 기독교 역사는 비유적으로 또는 사실상 성육신 자체의 확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각 지역에서의 복음이 동일하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어느 문화 안에 있는 어떤 형태의 기독교가 이전 그리스도인들의 전통을 반드시 따를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번역의 역동성은 본래의 메시지를 불안정하게 하므로 혼돈성과 애매성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메시지를 번역하는 새로운 문화가 성경 본래의 문화인 팔레스타인 문화만큼이나 하나님의 말씀을 위한 진정한 행선지가 됨을 확증한다"고 강조했다.

존 코클리 교수는 '삶의 이야기들' 제하의 두번째 강의에서는 현재 지금 여기에 사는 그리스도인이 과거의 기독교와 관계를 맺기 위한 방안으로 기독교적 삶에 초점을 둔 전기(biography) 읽기를 추천했다. 그는 주후 300년부터 1500년까지 중세 유럽의 전기를 통해 낯섬과 타자성을 경험하며, 이를 존중하는 경험을 해볼 것을 권했다.

29일 진행된 세번째 강의 '하나의 서구적 서사'에서는 존 헨리 리빙스턴이 활동하던 시절 세계선교운동의 정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세계선교운동의 정신의 초기 국면이 서구 기독교의 오랜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계몽주의에 크게 영향을 받았던 근대후기의 유럽 문화에서 당시의 문화로 번역된 형태의 기독교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명시해야 한다"며, 이 운동의 친숙하면서도 낯선 면을 부각시켰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 전 새문안교회는 올해 창립 135주년을 맞아 국내 신학 발전을 위해 교단 산하 신학교의 석박사 졸업논문 중 우수논문을 선정해 '언더우드 논문상'을 수여했다. 이번 논문상에는 박사 부문 대상에 '디트리히 본회퍼의 신학과 실천에 나타난 공적신학 연구' 논문을 쓴 양석진 목사(장신대 조직신학 Ph.D./총회 세계선교부)를 비롯, 박사와 석사학위 논문 3편에 각각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을 수여했다.

언더우드 국제심포지엄은 언더우드 선교사의 선교 열정과 헌신을 기념해 새문안교회와 언더우드 선교사를 배출한 미국 뉴브런스윅신학교, 언더우드 선교사가 개척한 21개 자매교회가 협력해 해마다 개최하고 있다. 심포지엄은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되었다가 이번에 3년만에 재개됐다.


표현모 기자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