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골'의 가치

[ 목양칼럼 ]

배덕환 목사
2022년 06월 01일(수) 08:02
지난 23일 손흥민 선수가 아시아 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올랐다. 수많은 국내외 언론이 공동 득점왕에 오른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의 득점과 비교하며 PK(승부차기)없이 필드 골만으로 23골을 넣은 손흥민 선수가 진정한 득점왕이라는 기사를 썼다.

개인적으로 그 기사들에 깊이 동조한다. 승부차기로 얻은 골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프리미어리그 2위 팀의 1골과 4위 팀의 골의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리버풀에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즐비하다. 반면 토트넘은 상대적으로 몸값이 낮은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변수만 없다면 리버풀이 토드넘보다 1골을 만들어내기 더 쉬운 조건이다.

그렇다면 토트넘의 1골은 리버풀의 1골과 그 가치가 다르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선수들이 만들어낸 골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순위가 낮아질수록 1골의 가치는 더 커진다. 그런 측면에서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한 전 세계 축구리그에서 득점왕을 뽑는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 1등 팀의 1점과 10등 팀의 1점의 가치를 다르게 매겨야 한다.

올림픽도 마찬가지다. 은메달과 동메달을 아무리 많이 따도 금메달 하나면 순위가 급상승한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8등은 스위스로 금메달 7개를 포함 14개의 메달을 땄다. 그러나 9등인 ROC는 금메달 6개를 포함해 모두 32개의 메달을 땄다. 메달의 개수만 보면 ROC가 18개나 더 많다. 그러나 9등이다. 금메달이 하나 적기 때문이다. 은메달과 동메달의 가치가 폄훼되는 것이다.

목회현장에서 비슷한 현상들을 본다. 한국에는 대형교회가 있고 중/소형교회도 있다. 대형교회는 대형교회 나름대로 큼지막한 사역들을 하고 널리 홍보한다. 인프라가 되어 있으니 1골쯤은 마음만 먹으면 넣을 수 있다. 담임목사는 영웅이 되고, 성도들은 마치 득점왕이라도 된 것처럼 한껏 고양된다.

그런가하면 작은 교회는 작은 교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사명을 감당한다. 큰 교회보다 더 노력해야 겨우 1골을 넣을 수 있다. 어렵게 한 골씩 쌓아나간다. 그러나 늘 강등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게 작은 교회 성도들은 자조적인 목소리로 자신이 섬기는 교회와 목회자를 평가절하한다.

대형교회를 비판하고 대형교회가 하는 사역을 비난하자는 것이 아니다. 대형교회도 필요하고 스케일이 큰 사역이 필요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작은 교회에서, 더 열악한 목회환경에서, 그리고 타고난 능력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애쓰고 수고하는 교회들과 목회자들이 만들어낸 '1골'의 가치를 인정해 주자는 것이다.

그럴 때 성도들은 교회 규모와 상관없이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교회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영광스런 1골을 만들기 위해 한 알의 밀알로 썩어질 수 있다. 그리고 한국교회는 규모에 집착하는 교회가 아니라 성경적 가치에 집중하는 건강한 교회로 거듭날 수 있다. 1위팀의 득점왕뿐 아니라, 꼴찌팀에서 나오는 1골의 가치도 존중받는 사회가 되길 기도한다.



배덕환 목사 / 용인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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