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선교, 세계교회의 연대적 협력 강조해야"

[ 선교여성과 교회 ] 포스트코로나 교회 구조 변화와 목회·선교 방향 ③

김영동 교수
2022년 06월 01일(수) 16:06
사진은 지난 5월 10일 열린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제76회 72연합회 회장협의회. / 한국기독공보DB
코로나19 감염병의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미증유의 확산세다. 급속한 확진자 증대와 더불어 국가, 세대, 계급 등의 사이에 갈등과 비난과 차별이 만연해지며, 곳곳에서 인종차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 역시 타 문화권 선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의 확산은 지구촌 전체에 위협이고, 개인의 생명만 아니라 사회 안전망을 위태롭게 한다. 부정적인 영향이 많지만, 또 다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그중에서 우리 사회 내부에서 우후죽순처럼 쑥쑥 자라고 있던 '이데올로기적 바이러스'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가짜뉴스, 편집증적 음모론, 인종차별주의의 득세"는 물론이고, "격리를 위해 잘 갖추어진 의료 체계가 필요하다는 요구는, 분명한 경계들을 세워 우리 정체성에 위협이 되는 적들을 격리하라는 이데올로기적 압력도" 드러냈다. 탐욕과 이윤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의 문제가 노출되고 있고, 시장이나 금융자본의 작동을 걱정하는 여론이 "이미 사망한 수천 명과 곧 죽게 될 더 많은 사람"에 대한 배려를 퇴출하는 현실이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다른 한편 감염병은 유익한 '이데올로기적 바이러스'도 퍼뜨릴 수 있다는 소리도 있다. 슬라보예 지젝은 "하나의 대안적 사회를 사유하는 바이러스, 국민국가를 넘어선 사회이자 전 지구적 연대와 협력의 형태를 실현하는 사회를 사유하는 바이러스"를 말한다.

지젝은 전 지구적 감염병의 확산과 생명의 파괴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공유하며 전 지구적 연대와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을 강조한다. 전 지구적 연대와 협력이 우선적 선택임을 자각하게 한다. 하지만 그 반대로 행동하고 선동하는 국가 지도자와 집단이 존재함을 한탄하며, 대안적 협력과 연대를 제기한다.

"극우 진영과 사이비 좌파들은 한결같이 감염병의 현실을 온전히 받아들이길 거부하며, 각자 사회구성주의적 환원을 내세우면서 문제를 희석시키는 데, 다시 말해 사회적 의미를 위해 감염병의 현실을 무시하는 데 여념이 없다. 트럼프와 그 추종자들은 감염병을 두고 민주당과 중국이 트럼프의 대통령 선거 패배를 위해 꾸민 음모라고 거듭해서 주장한다. 반면 어떤 좌파 진영은 국가와 보건기구들이 내놓은 조치들이 외국인 혐오로 오염되었다고 거부하며, 악수를 지속하는 행위로 상징되는 사회적 교류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입장은 현재의 역설을 놓치고 있다. 악수하지 않고 필요하면 고립되는 것이야말로 지금의 연대 형태다. 그 누가 앞장서서 악수와 포옹을 계속할 여유가 있겠는가?"(슬라보예 지젝, 팬데믹 패닉:코로나19는 세계를 어떻게 뒤흔들었는가)

인도에서 토종 종자 보전과 유기농 농법 확산을 위한 운동 기관으로 나브다나(Navdanya)를 설립하여 앞장서고 있는 반다나 시바(Vandana Shiva)는 "모두를 위한 경제와 지구를 위한 민주주의"를 주창한다.

그녀가 강조하는 '지구를 위한 민주주의'란 모든 사람이 국가, 인종, 피부, 종교, 성, 계급, 부 등의 모든 다름을 극복하고 지구의 일부분임을 의식하는 것이라고 한다. 지구촌의 모든 생명과 무생물은 서로 생명망에 연결되어 있고, 모든 생명에게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한다. 탐욕의 경제가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경제로의 이행을 지향한다.

따라서 지구 민주주의는 '살림 민주주의'를 의미한다. 모든 생명 공동체가 상호 간에 존중하며 연대하고 협력하여 숲, 강물, 공기, 물, 음식, 종자 등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시바는 언론이 쉽게 쓰고 있는 용어인 '바이러스와의 전쟁'의 허구성을 지적하고 진정 우리가 이겨야 할 바이러스는 문명 간의 적대 의식이나 개인, 집단 사이의 폭력과 배척과 두려움이라고 한다.

"바이러스는 적이 아니에요. 바이러스는 죽일 수도 없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두려워하는 결과만을 만들 겁니다. 타인이 없으면 나도 살아남을 수 없어요. 이 두려움의 문화야말로 지금 가장 거대한 바이러스입니다."(안희경, '오늘로부터의 세계')

이스라엘의 석학인 유발 하라리는 다음 세상의 비전을 두 가지로 제시한다. 전체주의적 감시가 아니라 시민의 자율권을 이루는 세상과 국가 이기주의적, 민족주의적 고립이 아니라 국제적 연대와 결속을 조성해야 할 것을 예언자적인 목소리로 외친다.

국가와 사회 여러 조직체와 교회가 새겨들어야 할 소리다. 물질주의와 소비주의와 신자유주의 바이러스에 전염된 정치와 경제와 문화와 종교가 이번 기회에 새롭게 포맷되고 리셋되어 삼위일체 하나님의 상호의존, 상호 소통, 상호사랑, 상호공존, 상호기쁨, 상호위로 등이 국가와 조직과 종교의 가장 기본적이며 최고의 중심이 되는 세상이 오기를 꿈꾸며 함께 노력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하나님의 선교는 국가, 세대, 계급, 특정 인종, 지역 등에 대한 혐오 감정이나 비합리적 논리를 극복하고 인류와 전 세계 교회의 연대적 협력을 강조해야 한다. 이러한 때에 더 절실히 요청되는 덕목은 십자가 영성이다. 십자가 영성은 지식, 경험, 기득권, 재정,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자기를 포기하는 자기희생적 성육신 사랑의 실천을 장려한다.



김영동 교수 / 장신대 선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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