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감사합니다!

[ 목양칼럼 ]

서정국 목사
2022년 05월 25일(수) 08:43
어느 날 병원 전도를 나갔다가 요양원 원장님을 만났다. 원장님은 불교신자로 불교신도회장을 역임했던 이력을 말씀하시던 중 "요양원에 계시는 기독교 어르신들이 예배를 드리기를 원하는데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러 올 수 있느냐"는 요청을 해왔다. 너무 감사한 일이었다. 이렇게 해서 요양원 전도가 시작되었고 지금은 요양원 세 곳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도하고 있다. 감사한 것은 죽의 달인이신 권사님이 계셔서 철 따라 깨죽, 팥죽, 된장 아욱죽, 닭죽, 단호박죽 등을 준비해서 입맛을 잃은 노인분들을 섬기니 너무 좋아하셨다.

만난 분들 가운데 병이 너무 위중하여 개인실에 계시는 두 분이 계셨다. 한 분은 방으로 들어서니 벽을 보고 누워계셨다. 먼저 한 분에게 다가가서 "안녕하세요? 예수님 믿으시라고 전도하러 왔어요." 인사를 드리며 복음을 전했다. 아무런 움직임이나 반응이 없었다. "제가 기도해드려도 될까요?" 고개를 끄덕이셨다. 간절히 기도하는데 벽을 보고 계셨던 분이 내 쪽으로 몸을 돌리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분의 눈가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전에 예수님 믿으셨나요?" "아니요" "그럼 지금부터라도 예수님 믿으세요"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 그 자리가 천국이었다. 또 한 분은 눈을 부릅뜨고 손을 내저었다. 얼굴색은 까맣고, 눈동자는 노랗고, 그분이 저리 가라고 호통을 치는 순간 섬뜩했다. 일주일 후 다시 찾아가니 두 분 모두 돌아가셨다. 천국과 지옥이 눈앞에 그려졌다.

어떤 분은 찾아갈 때마다 손사래를 치시며 화를 내셨다. 그래도 몸을 주물러 드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여섯 번째 만났을 때 마음을 여셨다. "나도 예수님 믿었던 사람인데…, 스물두살 된 큰아들이 여름성경학교 교사로 아이들 가르친다고 교회 가다가 철길을 건너다 죽었어. 나는 그때부터 예수님 안 믿어. 삼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에 묻은 아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예수님 안 믿어." 그 마음을 생각하니 아픔이 전해져 꼭 안아 드리면서 눈물로 기도를 드렸다. 일주일 후 방문했을 때 활짝 웃으시면서 "나 예수님 믿을거야, 믿을게"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다시 예수님을 믿게 된 것에 대해서 무척이나 고마워하셨다.

두 분 할아버지들께서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어요?" "응, 이 세상에는 믿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있어. 한 종류는 예수 믿는 사람들이고, 또 한 종류는 정치하는 사람들이야" "아니, 왜요?" "예수 믿는 사람들은 뭐든지 다 하나님의 뜻이래. 내 아들이 목사안수 받고 중국 선교사로 갔는데 현지에서 교통사고로 죽었어. 그런데 아들 장례예배 때 하는 말이 그게 하나님 뜻이래. 그래서 나는 그런 하나님 안 믿어.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안 믿어. 정치하는 사람들도 똑같아. 산을 깎고 강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는 그게 다 나라를 위해 한일이래, 국민을 위해 한일이래, 다들 정신 나간 사람들이야" 이 할아버지는 코로나19 이후 직접 뵙지를 못했다.

치매이신 팔십세가 넘으신 여 목사님 한 분은 언제 배우셨는지 별별 욕을 다 하신다. 시골에서 목회하실 때 남편 분이 집 건너 큰 바위 밑에서 자살을 했고, 그때 생긴 울분, 원통함이 상처가 되어 그러신다고 한다. 함께 말씀을 나누고, 기도하면서 욕이 줄고 찬양이 늘어가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 읊조린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서정국 목사 / 남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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