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 스며든 복음의 가치

[ 울타리넘는문화심기 ]

이재윤 목사
2022년 05월 18일(수) 10:00
얼마 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에서 개최한 '선교형개척교회사례 공모전' 시상식이 있었다. 선교적 지형 변화에 따라 새롭고 다양한 유형의 개척교회 모델을 발굴하자는 취지인데, 감사하게도 본인이 담임목사로 시무하고 있는 주님의숲교회가 장려상을 수상하였다. 주님의숲교회는 2015년도부터 대학로부근에서 '나니아의옷장'이라는 기독교문화공간을 운영해오고 있는데, 이번 칼럼에서는 그 사역에 대해 나누어 보고자 한다.

이제 다른 곳이 아니라 한국이 선교지가 되어버렸다. 특히나 젊은 세대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 주님의숲교회는 개척초기부터 '문화'라는 접촉점을 통해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젊은세대와 소통하는 선교적 교회를 꿈꾸었다. 작은 개척교회에 불과하지만, 주중에 교회 공간을 문화사역을 위해 사용하기로 하며 '나니아의 옷장'이라는 공간의 이름을 붙였다. '나니아의 옷장'은 CS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에서 따온 이름으로서, 그 이야기에서 아이들이 옷장문을 열면 예수님을 상징하는 위대한 사자 아슬란이 다스리는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듯이, '나니아의 옷장' 문을 열면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는 것을 상징한다. 물론 그 새로운 세계는 하나님나라를 의미한다.

그렇게 우리는 주중에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실행했다. 매주 금요일에는 크리스찬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했다. 주로 음악공연이 많았는데, 꼭 CCM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재즈, 인디, 가요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크리스찬 예술가들이 이곳에 와서 작지만 따뜻한 공연을 펼쳤다. 예를 들면, 싱어게인에서 우승한 이승윤, 슈퍼밴드에서 수상한 홍이삭 등의 가수들이 나니아의 옷장에서 공연했었다. 관객중에는 기독교인도 있었고 비기독교인도 있었다. 전도집회 같은 형식은 아니고 자연스럽게 문화를 통해 스며들 듯이 복음을 말했다.

매주 화요일저녁에는 책읽기 모임을 진행했다. 한 달에 한 권 책을 정해서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눌 사람을 SNS를 통해서 모집했다. 여기서도 기독교인, 비기독교인이 함께 참여했다. 책만 읽은 것이 아니라, 따뜻한 밥상을 나누는 '소셜다이닝' 형태로 발전되었다.

또한 영화상영회도 진행하였다. 일반 상업적 극장에는 걸리기 어렵지만 좋은 의미를 담은 영화들이 있다. 그중에는 크리스찬 감독들도 있다. 그분들을 모셔서 함께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예를 들면 '사람이 산다'(송윤혁 감독)는 쪽방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로서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작품인데 우리 영화상영회에서도 함께 했다. 송윤혁 감독은 신학생 시절 우연히 쪽방촌에서 봉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들의 상황을 접하고는 영화에 담아보려 감독의 길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문화행사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기독교가치를 기반으로한 문화적나눔을 실천해오고 있다. 우리는 20~30여명의 성도로 이루어진 작은 교회이지만 7년째 이 일을 해오고 있다. 대단한 성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척교회로서 한 자리를 지켜온데에 대한 격려로 공모전에서 상을 주신 것이라 생각된다.

어떤 분들은 너무 특수한 사역은 아닌지 묻는다. 하지만 작은 교회더라도 지역사회에서 한 가지씩만 맡아서 섬긴다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한국에는 편의점보다 교회가 많다고 한다.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언급되곤 한다. 그런데 교회마다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지역사회에서 무언가 한 가지씩 섬긴다면 교회가 많다고 싫어할 이유가 있을까. 우리는 문화라는 영역을 택했고, 어떤 교회는 도서관, 어떤 교회는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 어떤 교회는 어린이들을 위해 … . 이러한 섬김이 없다면 앞으로는 교회가 지역사회에서 자리매김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된다.

최근에 우리 주님의숲교회는 코로나이후의 시즌2를 기획하며 기존에 해오던 문화공간 사역을 방송 포맷으로 확장하였다. 대학로 쪽으로 좀 더 가까운 새 공간으로 이사하여 유튜브 라이브 스튜디오 시설을 갖추었다. 지역사회의 구성원들이 직접 찾아올 수도 있고, 또한 여기서 하는 행사들은 실시간으로 전 세계로 유튜브를 통해 송출되는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다.

세상은 갈수록 문화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오징어게임, BTS 등 한국에서 만든 문화의 힘이 얼마나 엄청난지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우리의 교회들이 문화의 영역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이제는 세상의 문화콘텐츠와 경쟁하기에 교회의 여력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보통 수억에서 수십억에 이르는 제작비가 있어야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만한 문화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는가? 여러 교회들이 연대할 때에 가능하다고 믿는다. 풀뿌리처럼 연결된 교회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에서 하나님나라의 문화를 만들어 갈 때에 오히려 더 강력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방향성이다. 언제까지 교회 내부의 목적을 만족시키기 위한 폐쇄적 그룹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세상을 향한 방향성을 갖고 적극적으로 하나님나라의 복음과 문화를 들고 나아갈 것인가. 이 결단에 따라 다음 세대의 선교의 명암이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이재윤 목사 / 기독교문화공간 나니아의 옷장 대표, 주님의숲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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