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 바치는 마지막 사명의 책

[ 한권으로읽는신학 ] 3. 설교의 신학

김수중 목사
2022년 05월 11일(수) 08:46
설교의 신학

정장복 지음

하나의 민족이 남북으로 갈라져 이백여 년을 보낸 뒤 북쪽 나라가 역사에서 사라졌다. 외롭게 버티던 남쪽 나라도 그 후 백여 년이 지나자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게 된다. 구약의 역사에서 남왕국 유다가 쇠락의 길로 접어든 까닭은 부패 정치인과 무지몽매한 백성의 책임이었다. 그러나 성경은 이에 못지않게 거짓 선지자들의 허황한 선포를 지적한다. 예컨대 거짓 선지자들은 바빌로니아의 침공도 2년 이내에 끝날 것이며 모든 것이 거뜬히 회복될 수 있다면서 백성을 미혹했다. 회개를 촉구하던 예레미야 선지자는 미움을 받고 감옥에 갇히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우리는 그 땅에 내린 하나님의 심판이 얼마나 엄중했는지를 잘 알고 있다.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과 역사의 바탕 위에 정립된 신학적 인식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 시대에 분단된 한반도의 남쪽 대한민국, 동방의 이스라엘이라 불리며 날마다 말씀의 선포가 홍수를 이루고 있는 나라에서 신학을 저버린 설교의 범람이야말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현상이다. 원로 설교학자 정장복 총장의 저서 '설교의 신학'(예배와 설교 아카데미)은 지금의 한국교회 설교자들과 성도들에게 전하는 진실한 교훈의 메시지이다. 저자는 '마지막 사명을 다하기 위해 펴내는 졸저'라고 외치며 장엄하고도 겸허한 목소리와 함께 우리 곁을 찾아왔다.

저자인 원로학자는 '설교의 신학' 첫머리를 설교자의 에토스(Ethos), 곧 궁극적인 목표를 세우는 기본 정신으로 '성언운반일념(聖言運搬一念)'을 든다. 하나님의 말씀을 손상하지 않고 회중의 가슴에 전달하는 데 온 마음을 기울인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저자가 세운 설교신학의 견고한 바탕이다. 마치 모든 선포를 "이는 여호와의 말씀이니라"로 시작하고 마쳤던 예레미야의 예언과 설교를 연상케 한다. 성언운반의 에토스 앞에 거짓 선포는 설 자리가 없다.

이 서평을 쓰고 있는 필자는 40년 전 신학교 강의실에서 처음으로 정장복 설교학 교수님을 만났다. 그분은 예레미야 14장 14절 말씀으로 설교학 강의를 시작하였다. 거짓 예언을 경계하고 소명에 충실히 따르라는 준엄한 명령에 이어, '성언운반일념'으로 설교 사역의 에토스를 세우도록 이끄는 진정한 권고가 강의실을 덮었다. 필자의 오만한 마음이 꺾이고 나 같은 사람에게 소명을 주신 말씀의 하나님 앞에 다시금 무릎 꿇는 기회가 찾아왔다. 나는 국문학을 전공한 교수로서 5.18로 인해 강제 해직되어 신학에 입문한 처지였다. 그러나 이 에토스적 결단과 더불어 정장복 교수님을 지도교수로 모시고 설교학의 세계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방대한 설교의 역사를 탐구하며 온 세계의 설교자들을 만나고, 설교방법론 개발과 커뮤니케이션의 이론을 배우는 보람에 흠뻑 빠진 날들이었다.

세월이 흘러가고 설교학과 예배학에 선구적 업적을 남긴 스승께서 마지막 사명의 저술 '설교의 신학'을 출간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어떤 내용에 역점을 둘 것인지가 큰 관심거리였다. 그 주제가 미래의 한국교회 설교를 이끄는 구심점이 되리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역시 한국교회 설교학의 기수 정장복 교수는 '성언운반일념'의 에토스를 표제로 내걸었다. 이 기반 위에 개별 설교의 준비와 방법론, 그리고 전달 요건과 분석 평가에 이르기까지 한국교회를 위한 실천적 이론을 제시하였다. 설교의 역사를 통한 이론의 뿌리를 제공하기 위하여 어거스틴과 칼뱅의 설교이론을 분석하고, 또 근현대 설교신학자 3인의 대표적 이론을 수록했다. 한국교회 최초의 설교학 교수 곽안련의 저술을 근거로 삼아 새로운 세기의 설교 방향을 전망하여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다리를 놓아 주었다.

원로학자의 설교학 마무리 저술 '설교의 신학'은 한국교회에 대한 깊은 사랑과 설교자들의 에토스 정립을 바탕에 깔고, 신학적 탐구와 인식으로 미래의 설교 방법론을 제시한 교과서 같은 책이다. 코로나 이후 교회의 위기가 심각하게 거론되고, 국가와 사회의 불안정한 모습이 우리의 삶을 혼란스럽게 하는 때를 보내고 있다. 지금 꼭 필요한 것이 예레미야 선지자가 행한 참된 말씀의 선포이다. 이 선포를 위하여 바로 이 시기에 '설교의 신학'이 한국교회에 전달되어 펼쳐지고 있다. 설교를 준비하는 이들과 말씀을 듣는 이들이 '설교의 신학'을 함께 읽고 깨달음으로써 거짓 예언이 사라지고 오직 하나님의 진정한 말씀만 운반되기를 바란다.

김수중 목사 / 조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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