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믿는다"는 고백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 알기쉽게풀어쓴교리 ] 9. 탈-교회(post-church)시대의 교회론 - 믿음의 대상으로서의 교회에 대한 해명(2)

김도훈 교수
2022년 05월 11일(수) 07:29
교회를 믿는다(credo ecclesiam)? 지난 글에서 교회는 경배나 숭배나 예배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하나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매 주일 사도신경을 암송한다. 아무런 망설임 없이 "거룩한 공교회"를 믿는다고 고백한다. 머리를 숙이고 하나님 앞에 "'거룩한 공회'를 믿는다"고 기도한다. 이 의미만을 되새겨도 지금의 나의 교회를 이처럼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내가 하나님의 교회 된 것이 진정으로 감사하고 감격스러울 것이다. 그리고 교회를 매우 아끼고 소중히 여기고 사랑할 것이다.

사도신경으로 돌아가 보자. "나는 거룩한 공교회를 믿습니다." 어떤 의미를 갖는가? 첫째는 '나의' 신앙고백이라는 점이다. 교회를 믿는다고 고백하는 주체는 다른 이가 아닌 바로 '나'다. 사도신경이 고대교회에서는 세례 문답에서 사용되었다. 회중들 앞에서 "나는 거룩한 공교회를 믿습니다"라고 고백했던 것이다. 나의 신앙뿐만 아니라 나의 정체성, 즉 내가 이제 신앙공동체에 속함을 공적으로 증언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바르트는 이렇게 주장한다. "내가 그곳에 속해 있고 내가 그 속에서 신앙으로 부름 받았고, 그 속에서 나의 신앙에 대하여 책임을 지며, 내가 그 안에서 봉사를 하는 회중이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인 교회라는 사실을 믿는 것을 의미합니다"라고. 현재는 이 신앙고백이 대체로 하나님 앞에서의 기도와 고백으로 사용되고 있다. 교회에 대한 믿음을 하나님께 기도로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께 대하여든, 세례시 청중들 앞에서의 고백이든 이 고백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고백이다.

둘째로 생각할 것은 이 신앙고백서가 생각하는 교회의 개념이다. 순서상 성령에 대한 고백 다음에 교회에 대한 고백이 나온다. 성령과 교회는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바르트는 성령의 부르심을 강조하여, "성령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에게 속해 있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는 것"으로 교회를 정의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교회, 즉 '성령에 의해 부르심을 받은 그리스도 공동체'는 '가시적 공동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도신경의 교회는 불가시적 교회가 아니라 "열두 사도들과 함께 시작한 전적으로 가시적인 모임"(K. Barth)을 의미한다. 그의 말을 소개해 본다. "만약 교회가 이런 가시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교회가 아닙니다. 내가 회중을 언급할 때, 나는 일차적으로 특별한 장소에 있는 회중의 구체적인 형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교회를 믿습니다"라는 사도신경의 고백은 바로 "내가 여기, 이 장소에서, 이 가시적인 모임 속에서 성령의 역사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믿는 것을 의미"한다.

한스 큉 역시 교회를 "신앙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그는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로 시작한다. 교회는 신앙의 대상이기 때문에 교회를 믿지 않으면 신자의 공동체인 교회의 본질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교회를 믿어야 할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첫째는 "교회는 하나님의 은혜에 의해 신앙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둘째는, "신앙이 하나님의 은혜에 의해 교회를 통해 생겨나기" 때문이며, "신앙하는 교회 공동체 없이 개인이 신앙에 이르는 것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교회를 믿는다는 것은 오로지 삼위일체 하나님의 은혜로 교회가 존재함을 믿고 고백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보이는 교회 공동체 가운데 성령님이 함께하심을 믿고 고백한다는 말이다. 나아가서 이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며, 또한 그리스도가 그의 피로 값을 지불하고 사신 거룩하고도 보편적인 공동체임을 믿고 고백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교회에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교회가 무엇인지, 교회로 부름 받았다는 것이 무엇인지, 교회를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깊이 숙고해 보기를 소망한다.

김도훈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