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먼저 아니고, 예수님 먼저"

[ 목양칼럼 ]

서정국 목사
2022년 05월 11일(수) 08:15
어느 추운 겨울 주일 아침에 예배를 드리기 위해 성전에 들어서다 보니 마당 울타리 구석에 한 노숙인이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낯익은 형제였다. 가까이 다가서니 코를 찌를 듯한 냄새가 온몸에서 풍겨 나왔다. 차가운 바닥에 함께 앉아 최대한 몸을 밀착시키고 두손으로 어깨를 감싸 안았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조용히 입을 떼었다. "이렇게 술에 취한 걸 보니 많이 힘들었구나."

얼마 후 그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목사님, 제가 힘들고 외롭고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웠을 때 술 먼저 만나지 말고 예수님 먼저 만났더라면 이렇게 제 인생이 망가지지는… 술 먼저 아니고… 예수님 먼저…"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것이 그 형제와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 그는 며칠 후 노숙하던 중 혹독한 추위에 견디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술 먼저 아니고, 예수님 먼저." 오늘도 생생하게 들려오는 그 음성이 예수님의 음성 같아서 따손예배를 드리는 모든 따손가족들에게 힘주어 예수님을 전하리라 다짐한다.

한 노숙인 형제는 분노를 참지 못하여 사람을 죽였다. 그리고 중형을 선고 받고 복역중이다. 지금껏 그 누구의 따뜻한 보살핌도 받지 못하고 살아온 형제이기에 찾아오는 사람이 없으니 영치금을 넣어 줄 이도 없다. 그 형제는 돈이 다 떨어지면 편지를 보내온다. "목사님, 경제적으로 지금 너무 궁핍하여 수용 생활을 하기에 너무 힘들고 시련이 많아서 이렇게 목사님께 송금을 요청 드립니다요. 불쌍히 생각해 주시고 도와 주세요. 목사님, 지금 시간이 너무 없어서요." 그런데 이런 편지는 송금을 할 때까지 거의 매일 보내온다. 그렇게 하기를 8년째, 서재 한편에는 그가 그동안 보내온 편지가 수북히 쌓여 있고, 책상 위에는 어제 온 편지가 놓여있다. '오늘도 편지가 오겠지'. 눅 18장에 나오는 '과부와 재판장 비유'가 생각나게 하는 형제다.

오래 전 '인간승리'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노숙인 형제가 있었다. 그는 예배를 드리러 나올 때마다 어울리지 않게 큰 성경을 가슴에 안고 나온다. 그러면서 천진난만한 웃음을 띠고 "저는 하나님이 좋아요, 저는 하나님의 말씀이 좋아요" 연거푸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한다. 어느 날 그 형제가 '고독사'했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고 눅 16장에 나오는 '거지 나사로'를 생각하면서 한동안 마음이 아팠다.

따손예배를 통한 가장 큰 변화중의 하나는 얼굴표정이다. 처음 본 따손가족들의 얼굴은 어둡고 무표정 했는데 점차 예배를 통해 "여기에 오면 살맛 나고 기다려 진다"라고 말하며 환한 웃음과 기쁜 모습으로 찾아온다. 예수님을 영접하여 세례를 받고 하나님의 자녀로, 믿음의 가족으로 함께 공동체 안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성탄절에는 따손가족들의 성탄 특송을 통하여 이 땅에 오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며 감사했다. 매주 따손예배에 오셔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종이에 적어가셔서 요절을 암송하시는 어르신의 모습은 평생 말씀을 사랑해야 할 우리들의 모습이라 생각된다. 한동안 코로나19로 함께 예배를 드리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더 따뜻한 회복을 위해 기도하며 준비하련다.



서정국 목사 / 남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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