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기의 전도문서 '아모권면'

[ 이야기박물관 ] 신앙인의 관점에서 쓴 어머니를 위한 자녀 양육서

신상현 목사
2022년 04월 29일(금) 16:22
아모권면은 1901년 초판 이후 3판본까지 발간됐다. 사진은 1921년 발간된 3판본 표지.
오늘날 어린이들은 미래를 짊어질 다음세대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는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고대로부터 어린이들은 어리석고 힘 없는, 거추장스러운 존재였다. 우리나라의 고전은 어린이 학대를 당연시하며 기록했고, 고대 그리스, 로마, 이집트에서는 '아버지의 권리 (Patria Potestas)' 라는 이름으로 '자녀 유기(Expositio Infantum)'가 허용됐다. 그러나 예수님은 어린이에 대한 전혀 새로운 관점을 선포했다. "너희가 돌이켜 어린 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누구든지 이 어린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그이가 천국에서 큰 자니라(마18:3~4)"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이는 초대교회 클레멘트와 폴리갑 같은 교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고, 교회는 계속해서 자녀·어린이 교육의 중요한 장으로 기여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선교 초창기부터 어린이들을 향한 사역은 중요했다. 선교사들은 첫 번째 사역으로 고아원과 학교를 설립했고, 1901년 그리스도신문은 '아해문답'을 보도하며 어린이의 중요성을 교육했다. 오늘 소개하는 '아모권면(An Address to Mothers on The Care of Children)'은 신앙인의 관점에서 쓴 어머니를 위한 자녀 양육서이다.

1892년 입국한 선교사 매티 노블(M.W. Noble, 1872~1956)은 '아모권면'에서 당시 우리나라 어린이의 현실에 대해 이렇게 썼다. "어떤 집에서는 아기를 더러운 강보에 싸 뉘였는데 팔과 다리와 전신이 다 더럽고 헌데가 많이 나고 방에 냄새가 많으며 아기 아버지는 놀며… 아기의 부정한 생각과 불쌍히 여길 생각은 도모지 없고 아기 어머니는 어찌 게을러… 하나님이 주신 아이를 돌아보지 아니하여 귀하고 정한 아기를 더럽고 천한 모양을 만드니 가석한 일이로다. 또한 여아는 멸시하여 잘 보호치도 아니하고 병이 들어도 심상히 여기니 이것은 하나님 앞에 큰 죄니라…"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집필한 '아모권면'은 서문격인 '모든 아이 어머니를 권면함'을 포함해, '음식 먹이는 법', '몸 간수하는 법', '여러 가지 병 다스리는 법'을 총 19면에 순 한글로 썼다.

'아모권면'은 1903년 가을 여자사경회 참석자들에게 미리 '볼 것'으로 지정됐고, 1901년 초판 이후 1906년, 1911년, 1921년 3판본까지 발간됐다. 이 책은 당시 한국교회의 부모와 어린이 교육을 짐작케 하는 개항기의 귀한 전도문서다.

신상현 목사 / 장로회신학대학교역사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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