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 다다오의 '엠마오 도상의 그리스도'

[ 이야기박물관 ]

신상현 목사
2022년 04월 14일(목) 11:52
다나카 다다오의 '엠마오 도상의 그리스도(1966년, Oil on Canvas, 52.5*72.5cm)', 장로회신학대학교역사박물관 소장.
일본 북해도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다나카 다다오(田中忠雄, 1903~1995)의 유화 작품 '엠마오 도상의 그리스도'다. 그는 1930년부터 3년간 프랑스의 미술학교 '아카데미 데 라 그랑 쇼미에르'에서 유학했고, 초기의 화풍은 노동자와 풍경 등을 묘사하여 사실주의적이었다. 그러나 태평양전쟁의 참상을 경험한 이후로는 성경의 진리를 작품의 주제로 삼기 시작해 밝고 생생한 색상과 함께 굵고 검은 선이 단순화 된 형태를 잡아주는 표현주의적 화풍으로 변화된다. 특히 파격적인 공간 구성의 이야기가 풍성한 작품을 유화, 판화, 벽화, 스테인드글라스 등으로 남겨 프랑스의 종교화가 조르쥬-앙리 루오(Georges Henri Rouault)와 유사한 궤적을 보인다. 그는 1958년부터 무사시노 미술대학 교수로서 많은 제자들을 길러냈고, 1964년 일본미술가연맹 이사장을 거쳐 1974년 일본기독교미술협회를 결성함으로 기독교 미술에 공헌했다.

'엠마오 도상의 그리스도'는 1966년 12월 9일 서울 태평로 신문회관 화랑에서 열린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 창립전의 초청작이었다. 작품 속에는 3개의 십자가가 서 있는 골고다를 등지고 엠마오로 향하는 두 제자와 그 둘 사이를 걷고 계신 부활 예수가 등장한다. 세 사람은 상체를 앞으로 구부리고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에 흠뻑 빠져있다. 누가복음 24장에 기록된 이 이야기는 긴 시간 동안 많은 화가들의 사랑을 받아온 주제로, 6세기에 제작된 예배당의 모자이크로부터 렘브란트의 스케치 등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는 이스라엘을 속량해 주기 바랐던 예수가 십자가에 처참하게 죽임당한 것을 보았고, 부활의 소식도 들었지만, 슬픔 속에서 예루살렘을 떠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 그들에게 부활하신 주님이 찾아와 동행하신다. 주님은 미련하고 더디 믿는 그들에게 그리스도가 고난을 받고 영광에 들어가야 할 것을 말씀하시며 성경에 기록된 자기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주셨다. 그리고 제자들의 마음은 뜨거워졌다.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의 신비는 밝은 노랑과 검정의 대비와 함께 구불거리는 두꺼운 선으로 표현돼 그 생명의 역동이 매우 강렬하다. 후에 두 제자는 깨닫고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자기 십자가를 졌다. 다나카 다다오의 작품 '엠마오 도상의 그리스도'를 만나며 낙심과 혼란 속에 살아가는 우리를 찾아와 우리를 돌이키시는 부활의 주 예수를 다시금 소망한다.

신상현 목사 / 장로회신학대학교역사박물관 학예사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