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하나님께 영광(soli deo gloria)

[ 알기쉽게풀어쓴교리 ] 5. 우리들의 신앙고백 문서들(4) -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김도훈 교수
2022년 04월 06일(수) 10:13
여기서 언급할 문서는 1968년 우리 총회가 채택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장로교회가 대부분 채택하고 있는 표준적 장로교 교리 문서다. 그 내용과 의도, 작성 당시의 역사적 정황, 그리고 그 이후의 영향 등을 고려한다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문서임에 틀림없다. 이 문서에 대한 깊은 묵상을 호소하면서 이 신앙고백서의 전체적인 내용과 개혁신학적 주요 특징만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성경에 대한 고백으로부터 시작하여 하나님의 성품과 삼위일체 하나님, 하나님의 영원한 결정, 창조와 섭리 등의 주제를 다루고, 인간의 타락과 그 결과, 그리고 구원의 중보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구원 사역을 다루며, 소명, 칭의, 양자, 성화, 믿음, 회개와 성도의 견인과 같은 구원의 방법과 과정을 다룬다. 이어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문제를 언급하고, 그 다음 교회, 성례전, 부활과 최후의 심판을 다루고 마친다. 이후의 마지막 두 장은 미국교회가 후에 추가한 항목으로서 '성령'과 '하나님의 사랑의 복음과 선교'를 주제로 하고 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개혁신학적 특징은 필립 샤프(P. Schaff)가 "칼빈주의 체계를 성숙한 학문적 형식으로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한 데서 잘 드러난다. 몇 가지만 지적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전체적으로 내용은 물론이고 각각의 체계나 전개 방식이 칼빈의 기독교강요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다. 둘째는 성경에 대한 고백이 문서의 제일 앞자리에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많은 고백서들이 성경에 대한 진술을 생략하고 바로 하나님으로 시작하는 반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성경에 대한 고백으로 그 첫 장을 연다. 성경은 하나님의 계시이자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서의 권위를 가지며, 오로지 성경만이(sola scriptura) 우리의 신앙과 삶의 규범이 되는 책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성령에 대한 언급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종종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성령에 대한 항목이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아 성령에 대한 고백이 결여되어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평가다. 자세히 읽어보면 첫 장인 성경에서부터 그리스도, 구원의 과정, 성례전, 신자들의 삶에 이르기까지 성령이 곳곳에 언급되어 있다. 하나님의 영, 그리스도의 영을 포함하여 성령에 대한 언급이 50회 가까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이 고백서를 성령에 대한 고백서라고 지칭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마치 칼빈의 기독교강요에 독립적인 장은 없지만 내용에 성령에 대한 언급이 풍부히 들어있어 칼빈을 성령의 학자라고 불리는 것처럼 말이다. 넷째는 하나님의 예정에 관한 언급이다. 혹자는 이 신앙고백서를 예정론에 지나치게 경도되어 있어 복음의 보편성에 대한 언급이 부족한 문서라고 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평가는 적절치 않다고 본다. 오히려 이 문서는 성경의 정신과 어거스틴, 칼빈으로 이어지는 기독교 전통을 잘 드러내는 문서다. 이중예정을 언급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선택과 유기를 같은 비중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예정의 긍정적인 측면인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총의 선택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예정을 구원론의 관점으로 다루는 칼빈의 예정론에 잇닿아 있다.

이외에도 성례전이나 구원의 서정, 언약신학, 교회론, 종말론 등도 개혁신학의 특징을 잘 보여 주고 있으나 이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생략한다. 마지막으로 이 문서의 이면을 흐르고 있는 하나님의 주권과 영광에 대한 사상만을 소개하고 마치려 한다. 이 문서의 곳곳에는 '하나님을 기쁘게', '하나님께 영광을', '하나님의 영광', '영광스런 이름',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리는 것', '하나님이 자기의 영광을 위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기 위한 예정, '주권적 권능의 영광' 등의 표현이 나타나는데 이것은 이 문서가 '하나님의(께) 영광'에 대하여 얼마나 깊이 묵상하고 있는가를 잘 알려준다. '오직 하나님께 영광'(soli deo gloria)이라는 찬양과 감사의 외침으로 이 글을 닫는다.

김도훈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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