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교회를 사랑하기까지

[ Y칼럼 ] 조은혜 청년 ②

조은혜 청년
2022년 04월 06일(수) 09:02
나의 아버지는 개척교회의 목사님이다. 출석교회는 성도님이 10명도 되지 않는 매우 작은 규모이다. 내가 4살 때 아버지는 교회를 개척하셨으며,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버지의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나는 1년 전, 즉 23살이 되어서야 아버지를 목사님으로서 사랑하게 되었고 교회에 온전히 정착하게 되었다. 지금부터 내 기나긴 방황과 회복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많은 모태신앙인들이 그렇듯 어린 나는 부모님의 말씀에 따라 교회에 나갔다. 나는 10대 때부터 출석 교회에 불만을 가졌다. 대형 교회나 중형 교회는 청소년부가 존재하고 또래 친구들과 교제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지만, 우리 교회의 성도님들 대부분은 중장년층이었다. 우리 교회에서 내 또래는 나와 세 살 위 오빠가 전부였다. 나에겐 믿음의 또래 친구들이 필요했고 우리 교회는 이런 내 필요를 채워줄 수 없었다. 이 불만은 담임목사이신 아버지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졌다. 아버지의 설교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인간적인 아버지와 목사님으로서의 아버지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꼈다. 심지어 아버지에게 목회를 그만두는 게 어떠냐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어리석은 나는 하나님께, 그리고 아버지께 큰 상처를 남겨왔다.

대학교 3학년 때 전공 공부와 진로로 지쳐가던 나는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을 통해 침체된 삶을 회복했다. 이때 하나님께선 내 주변 사람들, 특히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깨닫게 해주셨다. 아버지는 신학교 졸업 후 목회자의 삶을 망설였던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어려웠던 경제적 사정도 문제였지만, 결정적으로 내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면서 이 고민이 더욱 아버지를 괴롭게 했다. 아버지가 내 눈의 회복 놓고 금식기도로 구했을 때, 하나님께 받은 응답은 '네가 치료되면 네 딸도 치료될 것이다'였다고 한다. 아버지는 이 응답으로 목회자의 삶을 결단했다. 이후 아버지는 하나님의 인도로 교회를 개척했으며 지금까지 묵묵히 교회를 지키고 계신다. 나를 향한 아버지의 사랑과 헌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 교회가 존재할 수 있었다.

우리 교회의 상황은 과거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었을 때, 담임 목사님이신 아버지를 향한 사랑이 회복되었을 때 비로소 나는 우리 교회를 사랑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맡겨진 십자가를 기꺼이 감당하는 그 날까지, 그리고 그 이후로도 나는 아버지를 따르며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갈 것이다.

조은혜 청년 / 새희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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