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곳에서

[ 가정예배 ] 2022년 4월 5일 드리는 가정예배

김동천 목사
2022년 04월 05일(화) 00:10
김동천목사
▶본문 : 시편 130편 1~8절

▶찬송 : 363장



논밭을 일구는 손길이 분주해지는 계절이다. 겨우내 단단하게 다져진 토양에 양질의 퇴비를 뿌리고 흙과 잘 섞어 통기성이 좋게 만드는 로터리 작업이 우선이다. 경험으로 말하자면 관리기의 경심(작업 깊이)은 얕아 시원함이 덜한데 비해 트랙터는 흙을 깊게 갈아엎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 오늘 시편 기자는 "여호와여 내가 깊은 곳에서 주께 부르짖었나이다"(1절)라고 고백한다. 사순절 다섯 번째 주일을 보내고 있는 이때에 우리의 믿음은 얼마만큼 깊어지고 있는지 다시 살펴본다.

첫째, 깊은 기도의 시간을 가져야 하겠다. '깊은 곳(밈마아마킴)'은 문자적으로 물과 연관되어 깊은 바다 또는 스올을 연상케 하는 것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이런 곳은 질서가 깨어진 혼돈의 장소로 여겨지고 있다. 요나가 경험했던 깊음 속 바다 물고기 뱃속(욘2장)이 그랬고, 다윗이 깊은 수렁에 빠져 절망하고 있었던 곳(시69:2)이 바로 그런 곳이다. 시인은 이러한 혼란과 절망의 상황에서 기도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주님께서 나의 기도를 듣고 계신다는 분명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2절). 예수님께서도 잡히시기 전 깊은 기도(요17장)를 하셨다. 따라서 사순절은 하나님과 분리되었던 치명적인 상황 속에서 다시 주님을 향하여 서도록 목표를 재설정하는 깊은 기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둘째, 깊은 회개가 있어야 하겠다. 시인은 혼돈과 절망 속에서 깊은 기도를 하다가 자신의 연약한 죄를 깨닫게 되었다(3절). 사방에서의 밀려오는 수치와 능욕, 절망케 하는 상황에서 눈을 감고 엎드리니 이제껏 하나님 앞에서 '올곧지 않은 것들(임아워노트)'이 내면에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주님께서 죄악들을 지켜보신다는 시인의 고백은 바깥으로 드러나서 남들에게 보이는 외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내면 안에 감추어져 있어 보이지 않던 무수한 죄악들을 이제껏 지척에 두고 있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죄악에 물들어 살던 부끄러운 모습을 주님이 이미 알고 계심을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사순절은 내 영혼 속 깊은 곳에 있는 죄악들을 깨닫고 회개하는 시간이 있어야 하겠다.

셋째, 깊은 은혜를 얻어야 하겠다. 시인은 "그가 이스라엘을 그의 모든 죄악에서 속량 하시리로다"(8절)라고 고백한다. '속량(이프데)'이라는 말은 노예와 관련하여 몸값을 주고 목숨을 살리는 데 사용되는 단어인데 여기서는 유일하게 죄로부터의 구속함을 얻게 한다는 의미로 쓰였다. 따라서 주의 말씀(5절)을 떠나 살던 삶의 혼돈과 절망 앞에서 기도를 회복하고, 연약했던 죄의 모습을 회개한 시인은 비로소 인자하신 주님을 만나게 되고 용서를 경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용서는 단지 죄에 대한 합당한 벌을 면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관계로 회복되는 것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용서를 경험한 성도는 이전보다 더 큰 순종과 신뢰로 헌신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주님께서 우리를 이끄시는 방법이다. 따라서 사순절은 하나님의 크신 사랑을 회복하는 깊은 은혜를 얻어야 하겠다.



오늘의기도

주의 말씀을 떠나 있던 무질서한 삶에서 깊은 회개로 엎드립니다. 새롭게 이끄시는 주님을 만나 깊은 은혜를 회복하게 하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김동천 목사/독정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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