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부인의 신앙과 의식 형성

[ 선교여성과 교회 ] 한국교회사에 나타난 전도부인 ⑦

김은정 박사
2022년 03월 30일(수) 15:59
한국기독공보 2008년 4월 19일자(사진으로보는 여전도회사) / 디지털아카이브.
전도부인을 무속성과 비합리적인 맹목적 신앙의 근원으로 바라보는 현대적 비판이 있어 왔다. 해방 전 기독교는 일제강점기와 동족상잔의 전쟁의 시절을 겪고 난 후의 개신교와는 다른 상황에 놓여 있었다는 점을 간과하고 시대를 뛰어넘어 바라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전도부인의 교육 수준이 낮고 천한 신분의 기생이나 무당이 많았다는 연구에 기인하기도 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대로 전도부인 중에 기생이나 무당이 없지는 않았지만 양반층과 중인층 등 다양한 계층의 전도부인이 활동했으며,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 교육 기회에서 배제되었기 때문에 생긴 배움의 욕구가 매우 큰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구한말 기생과 무당이 전도부인이 되기 용이했던 이유는 문해력을 갖춘 소수의 여성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전도부인들이 훈련받은 사경회는 열광적 부흥회의 성격이 아니라 일종의 교육적 문화 프로그램으로 성경 외에도 역사와 지리학 등을 배우며 세계 각국의 정보가 오가고, 위생학과 생리학 등 근대 과학의 성과를 살림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 등이 유통되는 장이었다. 전도부인은 근대 신여성을 낳은 바로 전 세대의 신여성들이었다. 그들은 '구여성'이 갖고 있는 한계를 넘어보기 위해 기독교를 선택했다.

전도부인이 전한 복음 속에 천국과 지옥, 종말과 심판에 대한 메시지가 강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920년 이후에 유행한 세대주의적 종말론과는 달리 복음서에 기반한 낙관적 종말론이 그 주를 이루고 있다. 전도부인의 신앙에서 천국이 차지하는 위치는 상상력의 근원이며 의식 발전의 동력이었다.

가장 먼저 한국 여성들이 읽고 배운 마가복음은 한국인들에게 매혹적인 텍스트였다. 여성들이 접근하기 용이한 언문으로 되어 있는 마가복음은 흥미로운 사건과 농경사회의 비유로 가득 차 있어서 글자만 알면 하룻밤에도 다 읽을 수 있었다.

하나님의 아들이 나타나서 하나님나라를 선포하는 서막을 지나면 귀신들린 사람이 등장하고 예수가 통쾌하게 귀신을 내쫓는다.예수 앞에서 무서워 떠는 귀신들, 귀신들이 떠나가면서 몸과 마음이 온전해지는 인간상들은 원산에 사는 여성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바람이 많은 바닷가 마을 원산에서 여성들은 '귀신의 장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변덕스러운 귀신은 언제 소중한 가족을 공격하고 집안에 불운을 가져다 줄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은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무속인에게 의지하기도 했다.

헤론 부인은 서울에서 원산으로 옮겼을 때 한국 여성의 종교적 필요를 극명하게 보았다. 성경을 읽고 찬송을 부르면서 귀신숭배에 쓰던 모든 물건들을 내놓고 태우는 의례는 귀신으로부터 해방을 간절히 원하는 여성들을 만족시켰다.

그러나 이런 행위가 귀신의 심기를 건드려서 오히려 더 큰 화가 올 것을 염려하는 사람들은 감히 그 경계를 넘지 못했다. 전도부인은 이런 변화의 선택에 확신을 주는 설득을 담당하곤 했다. 하나님의 불변성, 사랑의 신이며 선의로 가득 찬 신이라는 관념이 설득에 동원되었다. 아무 연고도 없는 타국에 와서 고생하는 선교사라는 증거와 전도부인의 이타적인 생활은 이러한 설득이 추상적인 언어로 흩어지지 않도록 뒷받침해주었다.

김은정 박사 / 연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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