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교수

2022년 03월 23일(수) 06:26

많은 장로교인이나 교회에 친숙하지 않은, 그러나 중요한 교리문서가 있다. 그것은 바로 12 항목으로 되어 있어서 12 신조라 불리는 장로교 '신조'다. 복음이 이 땅에 들어와 교회가 세워지고 그리스도인들의 수가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1907년 한국교회에 독노회가 만들어지면서 교회가 공식적으로 고백하고 가르칠 고백서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1907년 이 12 신조가 한국장로교회에 의해 공식 교리문서로 채택되었던 것이다. 사실상 이 문서는 한국장로교회가 직접 작성한 문서는 아니다. 당시 한국교회의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인도장로교회가 채택한 장로교신조를 선교사들이 한국교회에 도입한 것이다. 이 신조는 현재 우리 총회 헌법 교리 편에 두 번째로 수록되어 있다.

'신조'는 12개의 조항의 짧고 간결한 신조이지만 기독교의 핵심을 드러내는데, 그리고 기독교의 진리를 설명하고 가르치는데 결코 모자람 없는 문서다. 그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자.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처럼 제일 먼저 성경을 다룬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므로 "신앙과 행위에 대하여 정확 무오한 유일의 법칙"임을 선언한다. 다음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하나님의 유일성과 품성과 삼위일체 하나님을 소개하고 그 다음으로 하나님의 창조와 섭리를 언급한다. 하나님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을 창조하시고 보존하시는 분이시다. 그 다음 인간창조와 인간의 타락,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에 대한 생각을 차례로 진술한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인간이 타락하여 그 죄로부터 인간의 구원을 위해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셨고 그를 통하여서만 구원 얻을 수 있다는 관점이다. 제7항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항목에는 마치 사도신경을 옮겨놓은 듯한 고백이 포함되어 있다. 다음으로 아버지와 그리고 아들로부터(filioque) 오신 성령의 사역을 언급한다.

이 문서의 특징 중의 하나는 장로교회의 신앙고백서답게 하나님의 예정을 길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하나님의 예정을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또는 무서운 하나님의 작성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나의 믿음과는 아무 상관 없이 유기(버림받음)의 상태로 내가 예정되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신조는 하나님의 예정을 긍정적이고 복음적으로 재해석해내고 있다. 영생으로의 선택과 영원한 멸망으로의 유기라는 이중예정의 긴장을 이 문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에베소서에서 말하고 있는 그리스도 안에서의 예정을 핵심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흔히 갈등하는 하나님의 예정과 "믿음으로 얻는 구원" 사이의 긴장 관계를 조화롭게 통전적으로 잘 해결하고 있다. 이 문서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예정은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시기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자기 백성을 택하셔서 사랑하시므로 그 앞에서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고 그 기쁘신 뜻대로 저희를 미리 작정하셔서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자녀로 삼으시는" 하나님의 행위다. 여기서의 강조는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예정이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뜻이다. 그러므로 "내가 구원으로 예정되었을까"하는 두려움의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다. 이 신조가 말하는 "그리스도 안에서의 예정"은 "그리스도를 믿고 복종하는 자는 구원을 얻는다"는 최고의 기쁜 소식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은 "이 세상에서도 구원얻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고 기뻐해야 할 것이다."

이어서 성례전, 그리스도인의 본분, 마지막 날에 일어날 죽은 자의 부활을 차례로 언급하고 신조를 마무리한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이 신조는 간결하지만 기독교의 핵심을 잘 설명한 신앙고백문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교육이나 교리교육을 위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나 소요리 문답서가 길고 방대하다면 12신조를 교회현장에서 사용해도 매우 유익할 것으로 생각된다.

김도훈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