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세상/ 한국라브리 공동체

[ 교단 ]

김성진
2002년 07월 20일(토) 00:00

젊은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인생길에서 여러가지 갈등을 겪게 되고 이러한 갈등 때문에 방황의 시기를 겪게 된다. 젊은이들이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잠시 머물렀다 갈 수 있는 영적 피난처가 있다.

우리에게 '영적 피난처'로 잘 알려져 있는 라브리공동체. 동해를 끼고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세와 맑은 물로 유명한 강원도. 양양에서 한계령을 넘어가기 전에 논화삼거리에서 1킬로미터쯤 가면, 한국라브리가 나온다. 휴계소로 사용하던 건물을 개조해서 세워진 라브리는 뒷편에 푸른 산과 정면에 펼쳐진 강, 쉼을 얻을 수 있는 요소는 모두 갖춘 곳.

기자가 라브리를 찾은 날은 태풍으로 많은 비가 내렸지만 10여 명의 대학생들이 5주간의 공동체 생활을 위해 처음 찾던 날이기도 했다. 5명의 전임간사들은 찾아오는 젊은이들을 맞아 상담을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번 학기에 이곳을 찾은 젊은 대학생들은 모두 10명. 여건상 소수의 인원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라브리로서는 예약을 통해서만 이들을 받아들인다.

피난처 라브리

기독교 공동체이며 연구센터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설립된 라브리(L'Abri)는 불어로 '피난처'란 의미를 갖고 있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부딪히는 여러가지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누구나 머물렀다 갈 수 있는 영적 피난처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라브리의 출발은 1955년 프란시스 쉐퍼박사 부부가 스위스 산기슭 위에모(Huemoz)란 동네에 공동체를 설립하면서부터. 이후 라브리는 한국을 비롯해 네덜란드와 독일, 미국 동부, 미국 중부, 스웨덴, 스위스, 영국, 인도, 호주 등 열 곳에 설립됐다.

한국 라브리의 출발은 프란시스 쉐퍼 박사의 영향을 받았던 한 목회자의 선교 열정으로 시작됐다. 70, 80년대 당시, 한국 사회는 좌파와 우파의 갈등으로 기독교가 중간에서 많은 갈등을 겪고 있던 시기였다. 기독 젊은이들은 새로운 대안을 찾던 중, 프란시스 쉐퍼 박사가 주장한 기독교 문화운동과 기독교 세계관운동을 접하게 됐다.

프란시스 쉐퍼 박사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성인경목사는 1983년부터 1987년까지 3년간 스위스에 위치한 라브리공동체를 찾았다. 한국에 돌아온 성 목사는 라브리에서 경험했던 것을 바탕으로 한국 라브리 설립을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1988년 기도모임과 프란시스 쉐퍼연구 모임을 갖기 시작했던 성 목사는 이후 라브리 수양회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두차례에 걸쳐 수양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한국라브리 설립의 기초를 닦아 나갔다.

1990년 자료센터가 발족됐고 4년 후에는 국제 라브리의 허락을 받아 서울에서 합숙연구원이 설립되면서 한국 라브리는 본격적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시설 부족으로 공동체 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한국 라브리는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아 올해 양양에 새로운 시설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공동체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다.

새로 마련된 한국 라브리에는 15명을 수용할 수 있는 남·여 숙소와 공동으로 식사할 수 있는 넓은 홀, 젊은이들이 공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마련한 도서실, 강의를 할 수 있는 공간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기독교 세계관 정립

'영적 피난처'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라브리는 기독교인 뿐만 아니라 비기독교인들도 찾아 올 수 있는 곳이다. 여러가지 고민을 갖고 해결 받기를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가 가능하다. 궁극적으로 라브리는 고민을 갖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해답을 찾도록 도와주고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성경이 참된 진리임을 알려주는 것이 설립 목적이다.

그러나 라브리는 찾아 오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기독교 신앙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서로 대화를 통해 기독교의 진리를 자연스럽게 알도록 도와준다. 그렇다고 라브리에선 기독교 영역만을 논의하지 않는다. 역사와 심리 교육 정치 사회 등 현대인의 생활에서 부딪히는 부분이 있다면 그러한 영역의 모든 것들을 다루고 있다. 라브리가 이러한 모든 영역을 다루게 된 것은 고민하는 젊은이들이 문제 해결의 열쇠인 기독교 세계관을 갖도록 돕기 위해서다.

이처럼 라브리가 추구하고 있는 기본적인 철학은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영적 실체는 일상 생활의 전영역에서 순간순간 과시돼야 하고 둘째, 성경적인 세계관은 모든 인간 지식과 상관성을 가지며 셋째, 사회적인 윤리인 사랑과 공의는 공동체 안에서 실천돼야 한다는 것.

10여 명의 학생들은 성인경목사의 '기독교 세계관 기초 과정'에 대한 강의를 시작으로 라브리의 생활을 출발했다. 전국에서 모여든 젊은이들은 이 시간을 통해 서로를 소개하며 자신의 안고 있는 여러가지 것을 조금씩 내놓기 시작했다. 2시간에 걸친 강의는 서로 대화를 통해 진행됐고 강의의 초점은 기독교 세계관을 통해 사회 현실의 여러가지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맞춰졌다.

가족 공동체 지향

라브리를 찾은 젊은이들은 '확대된 한 가족'으로서의 삶을 나눌 수 있도록 공동체 생활을 하도록 돼 있다. 그렇다고 기도와 묵상만을 강조하는 수도원이나 유식만을 취할 수 있는 휴양소와는 분명 다르다. 이곳에서는 산책을 즐기고 명상을 하거나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젊은이들은 라브리를 통해 공부를 하고 청소와 음식준비 정원가꾸기 등 간사들의 일을 돕는다. 이러한 섬김의 시간은 이곳에서 공부해 온 것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이곳에 들어온 학생들은 필요에 따라 간사들 중 한 사람이 개인교수가 돼 공부와 개인적인 문제에 대해 지도를 받고 상담도 받게 된다. 그리고 공부는 주로 라브리의 공부방에서 개인적으로 연구하거나 담당 간사와의 대화로 이뤄진다.

라브리에서의 공부도 일주일에 한번 정도 성경공부를 비롯해 기독교세계관 기초과정과 전체 강의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그 이외는 학생 개개인의 관심과 연구 목표에 따라 간사들과 의논해서 정하게 된다. 이곳에서의 공부에 대해 성인경목사는 "어떤 학생은 기독교 문화관을 또 어떤 학생은 기독교 정치관을 그리고 어떤 학생은 결혼에 대해 자기가 원하는 과정을 정해 연구한다"면서 "이러한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세미나를 통해 발표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제 라브리 간사 및 외부강사를 초청해 특별강좌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학비는 받지 않지만 생활비는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부담하도록 돼 있다. 일주일에 하루는 쉬는 날이 있으며 그날은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갈 수도 있다. 또한 취미생활을 위해 악기나 화구 운동기구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다른 학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을 돕기 위해 설립된 라브리공동체. 끊임없이 질문을 내놓지만 분명한 해답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기독교 세계관을 통해 진리를 발견하도록 돕고 있는 라브리. 공동체 생활을 통해 라브리는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와 하나님의 살아계심, 그리고 성경이 진리임을 분명하게 전달해 준다.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선교하기 위해 설립된 라브리는 한국교회에서 새로운 선교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ksj@kidokongbo.com

◈ 라브리공동체 대표간사 성인경 목사

"라브리는 공동체 생활을 통해 하나님이 살아계시고, 성경이 진리라는 것을 전하는 곳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은 영적 전쟁터이기도 합니다"

지난 10년간 한국라브리를 설립해 청년·대학생 사역을 감당해온 라브리공동체 대표간사 성인경목사는 젊은이들에게 복음의 진리를 알게하는 것이 라브리의 설립 목적이라고 소개했다.

성 목사가 라브리와 관계를 맺게 된 이유는 7,80년대 한국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기독교 세계관 운동을 접하면서부터다.

"당시 한국사회가 사회주의 운동과 우파간의 갈등을 겪고 있을 때, 기독교는 중간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밝힌 그는 "기독교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프란시스 쉐퍼박사를 알게 됐다"고 소개했다.

83년부터 87년까지 3년간 스위스 라브리에서 직접 생활했던 그는 국내에 들어와 라브리의 설립 허락을 받아 한국 라브리를 설립하게 됐다.

한국 라브리 설립 배경에 대해 그는 "라브리는 바울이 로마에서 거주하던 셋집처럼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라면서 "이곳에서 만나는 젊은이들은 곧 선교의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라브리에서는 공동체 생활과 학문 기도를 통해 하나님이 살아계시고 성경이 참된 진리라는 것을 전하게 된다"라고 밝힌 성 목사는 "젊은이들이 라브리를 통해 새롭게 변화되고 또 고민을 해결받는 것을 보면서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 라브리를 거쳐간 젊은이들이 모두 성공만 한 것은 아니라 실패한 리스트도 있다"면서 "그런 젊은이들에게는 라브리를 다시 한번 찾아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sj@kidokong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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