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하는 말의 의미도 모르면서

[ 주간논단 ]

양의섭 목사
2022년 03월 08일(화) 08:30
말의 홍수 시대를 살고 있다. 얼마나 말 많은 세상인지 모른다. 엄청난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인권, 권리라는 명분으로 이제 겨우 입을 떼기 시작한 아이에다가 말도 못하는 동물의 권리까지 대변해준다는 말까지 쏟아내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주목받을 수 있는 멋진 말을 하고 싶은 열망이 생긴다. 오래전 대학 사은회 때, 교수님들께 한 말씀을 부탁드린 적이 있다. 그중에 분석철학을 전공하신 한 스승께서 한참을 생각하시더니 이렇게 중얼거리신 것이 생각난다.

"이럴 때는 멋진 말을 해야 하는데… 멋진 말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여러분, 그저 진실하게 사십시오. 그리고 진실한 말을 하십시오. 사람들은 말은 하는데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이 홍수를 이루는 요즘, 가만 보면 스승님의 말씀이 맞다고 고개가 끄떡여진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이들이 많다. 멋진 말, 감동적인 말만 골라가며 하는데 실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느낌이다. 다수의 매스컴을 타는 지도자들은 거의 그런 모습이다. 그 말과 단어의 의미를 모른다. 진실성이 없다. 그냥 내뱉고 본다. 그러기에 결국 그것은 자기성찰을 외면한 '내로남불', 우리 사회를 휩쓸었던 그 '내로남불'의 광풍으로 이어진다.

말, 멋지게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진실되게, 진실을 말해야 하는 것이다. 지도층은 더욱 그러하다. 진실보다 감동, 때로는 멋진 허세에 무게를 두는데 그게 결국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더욱이 사회를 향하여 진실하라고 거품을 물것이 아니라 교계에서도, 강단에서도 진실을 설교해야 한다. 자신도 모르는 것을 설교하는, 자신도 지키지 않는 것을 멋들어지게 설교하고자 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에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하신 말씀,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눅23:34b)가 늘 귓가에 들려온다. 십자가 밑의 그 나쁜 사람들에게만 향한 말씀, 무자비하고 무정한 폭력을 행하는 이들에게 향한 말씀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은 그게 아니다. 정의를 구현한다고, 옳은 일을 한다고 열을 내는데 실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고,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어떤 흐름과 패거리, 진영논리에 휩싸여 그저 멋지고 감동적인 말과 제스처로 남을 정죄하는 광적인 열정을 두고 하신 말씀이다.

자기가 하는 말의 의미는 알고 해야 하지 않을까? 젊은 시절엔 어떻게 하면 멋지고 감동 있게 말씀을 전할까 고민했는데, 이젠 주님 앞에 설 때가 다가왔다 싶어서 그런지 그런 것보다 진실, 그것을 어떻게 말할까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말수가 줄고 입이 무거워진다. 한 번 더 그 단어의 의미와 책임을 생각해 보고 말하게 된다. 주님 앞에서도 '내로남불'의 논리를 펼 수는 없지 않겠는가 말이다.



양의섭 목사 / 왕십리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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