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무엇을 믿는지에 대한 공교회의 고백

[ 알기쉽게풀어쓴교리 ] 1. 왜 우리는 교리를 알아야 하는가 - 교리의 정의와 역할

김도훈 교수
2022년 03월 08일(화) 14:17
필자에게 주어진 주제가 '알기 쉽게 풀어 쓴 교리'다. 이 말에는 이미 교리는 어떤 이유로든 알기 쉽지 않다는 생각, 그러나 교리가 중요하니 우리가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동시에 내포되어있다. 교리의 내용을 풀어쓰기 전에 교리가 무엇인지, 어떻게 생성되었는지, 교리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교리는 설명이나 해석이 필요한, 오래되고 난해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신조나 신앙고백서들의 형성과정을 보면 그렇게 이해될 법도 하다. 대체로 오랜 과거에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마치 박물관 어느 구석에 먼지 뒤집어 쓴 채 놓여 있는 고대 문서처럼 말이다. 게다가 혹자는 교리를 편협하며 고루하고 경직되어 삶이나 역동적인 신앙과는 관계없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어떤 이는 인간 행위의 자율성이나 신앙과 생각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중세 종교재판이나 권위주의적 명령을 연상하는 것도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른 한편으로 교리는 아예 무관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교리 없이도 성경을 읽는데 아무 지장이 없고, 구원 얻는데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여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교단의 교리문서가 무엇 무엇인지 쉬 대답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추측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이 모든 생각들은 교리가 무엇인지, 무엇 때문에 생겨났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배워보지 못한 탓이다. 또한 교회가 역사 속에서 교리를 잘못 해석했거나 오남용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말 우리는 교리에 무관심해도 되는가. 낡고 경직된 것으로 생각해도 되는 것일까.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제약하고 억압하는 것이라고 이해해도 되는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교리가 무엇인지, 왜 생겨났는지, 그 역할과 기능은 무엇인지와 관련이 있다.

교리는, 간단히 정의하자면, 우리가 무엇을 믿는지에 대한 공교회의 고백이다. 성경에 대한 체계적 진술이며, 기독교 복음과 진리에 대한 신앙공동체의 진술이다, 그러므로 교리는 공교회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좁혀서 교회인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고백인 것이다. 매주마다 우리가 사도신경을 예배 속에서 고백하는 이유이며, 교리를 우리가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다.

여기서 교리가 왜 생겨났는지를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간단히 설명할 문제는 아니나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인지를 설명하고 고백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교리를 "유일회적으로 일어난 그리스도 사건에 대한 고백적 진술"(몰트만)이라 정의하기도 한다. 쉽게 말하자면 교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생애와 십자가와 부활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설명하려는 시도로부터 생성된 것이다. 예를 들어 삼위일체 교리는 "예수는 하나님이시다"라는 신앙고백에서 출발하여 수많은 논쟁을 거쳐 만들어졌다.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교리가 아무런 희생없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단과 무신론과의 엄청난 투쟁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의 신앙의 선조들은 기독교의 복음과 진리를 설명하고 수호하기 위해 생명을 걸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리의 역할과 기능을 간단히 요약하고 마치려한다. 첫째, 교리는 성경을 근거로 하여 나온 공교회의 고백이므로 교회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둘째, 교리는 이단으로부터 교회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기능을 가진다. 셋째, 교리는 성경의 체계적 진술을 의미하므로 성경의 핵심적인 내용을 서술하여 고백하게 하고, 성경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못하도록 한다. 넷째, 교리는 교회의 신앙과 행위의 기준과 규범이 된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해 볼 때, 교리는 그리스도인들의 살아있는 고백이 되어야 하며, 오늘에 맞게 해석되어야 하고, 교육을 통해 후대에 지속적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김도훈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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