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허락한 것이 무엇일까

[ 목양칼럼 ]

조민상 목사
2022년 03월 02일(수) 08:10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의 일이다. 방학이 되면 고기를 잡는 아버지를 도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일손을 거들었다. 그 날도 하루 일을 마치고 저녁을 먹은 후에 아버지가 나를 앉혀 놓고 말했다. "네가 아는 것처럼 우리 집은 가난하다. 아버지는 너를 공부시킬 능력이 없어. 그러니 너는 둘 중에 하나를 택하여라. 네 형처럼 공부를 시켜주고 먹여주는 공업고등학교에 가든지, 아니면 나와 함께 고기를 잡으며 살자."

아버지의 얼굴을 한 번도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했고, 말대꾸도 하지 못했던 내가 무슨 용기가 났었는지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 저는 대전에 가서 공부하겠어요. 제가 알아서 껌을 팔던 신문을 돌리든지 할 테니 아버지는 보내주시기만 하세요."

이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중학교 담임 선생님이 나와 몇 몇 친구들을 데리고 대전을 견학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대도시에 가서 백화점도 보고, 충남대학교도 가보았다. 선생님께서 자비로 그렇게 하시고 도전을 주셨다. "너희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부모님을 설득하여 대전으로 고등학교를 진학해 큰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해라."

선생님 말씀에 힘을 얻어 아버지를 설득하였고, 드디어 대전으로 고등학교를 오게 되었다. 당시 명문고인 대전고등학교나 충남고등학교에 배치되기를 소원했으나 결과는 대성고등학교였다. 큰 실망을 했지만 이것이 하나님의 섭리였다. 대성고등학교가 미션스쿨로서 성경을 가르쳤고, 교회가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누나와 함께 교회에 다니다가 중학교 시절에 믿음을 떠나 있던 나를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부르셨다.

친구와 비좁은 단칸방에서 자취를 하던 나는 도시락을 제대로 싸 가지 못했다. 밥만 연탄 불에 겨우 해가서 친구들의 반찬을 나누어 먹었다. 부모님은 최대한 생활비를 보내주셨겠지만 나로서는 형편없는 생활을 해야 했었다. 그 때 위로가 되었던 것은 교회였다.

교회에서 목회자의 설교에 큰 은혜를 받았지만 담임이셨던 신규식 선생님(현재는 목사)이 열심히 제자훈련을 시켜주셨다. 출석을 부를 때에 한 주 동안 읽은 성경의 장수를 말해야 했다. 칭찬받고 싶어 열심히 성경을 읽었고 항상 가장 많이 읽은 학생이 되었다. 덕분에 한 해에 성경을 4독 하는 은혜를 받았다.

어느 날 성경을 읽는 중에 창세기 28장 15절을 만났다.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나님께서 외삼촌 집으로 도망하는 야곱을 만나 하신 말씀이다. 이 말씀 중에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이라는 부분이 내 가슴을 크게 두드렸다.

그 동안 필자는 '부모님의 실수로 태어난 자식'이라는 부정적 자아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말씀을 통해 '하나님이 목적이 있어 보낸 자녀'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 때까지 돈을 많이 벌어 세계 여행을 하며 사는 것이 꿈이었는데 '내게 허락한 것이 무엇일까?'라는 진지한 물음에 목회자가 되어 살고 있다. 하나님의 자녀들이 모두 이 질문을 할 수 있기를 원한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자녀들은 하나님의 귀한 섭리 가운데 이 땅에 왔기 때문이다. 언젠가 하나님께 돌아가서 "네게 허락한 것을 어떻게 했느냐?"고 다시 물으실 때 대답할 말이 있기를 소망한다.



조민상 목사 / 구미시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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