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 김마리아와 김필례

[ 여전도회 ] 전국연합회 전 회장들의 3.1운동 헌신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22년 02월 23일(수) 09:16
김마리아 선생(좌)과 김필례 선생.
"빼앗긴 인권을 찾고 빼앗긴 국권을 회복할 최대의 목적을 향해서 우리 부인들에게는 오직 전진만이 있을 뿐이다." / 김마리아가 초안한 대한애국부인회의 취지문 中

삼일절, 1919년 3월 1일 한민족이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해 한국의 독립의사를 세계만방에 알린 날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3.1절 103주년을 맞아, 2.8독립선언서를 국내에 유포하고 독립운동에 참여한 선교여성의 헌신이 다시 주목받는다.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제7~10대 회장을 역임한 김마리아(1892~1944)는 평생 국가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여성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1919년 일본 동경에서 수학하던 김마리아는 당시 다니던 동경 여자학원을 중도에 그만두고, 미농지에 복사한 2.8독립선언문 10여 장을 기모노의 넓은 오비(허리띠) 속에 넣어 본국으로 은밀히 들여왔다.

김마리아가 2.8독립선언서를 국내에 비밀리에 반입하자, 그녀의 막내고모이자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제17~20대 회장을 역임한 김필례(1891-1983)가 광주 자택에서 독립선언문의 복사와 배포를 도왔다. 이 과정을 거쳐 김마리아가 서울로 가져간 독립선언문은 3.1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황해도 등지를 돌며 지방 여성들에게 독립운동 참여를 촉구하던 김마리아는 3.1운동 소식을 듣고 모교 정신여학교로 달려갔다. 3월 5일 남대문역(서울역) 앞에서 서울의 학생들이 격렬한 만세시위를 전개했으며, 김마리아는 3월 6일 배후 지도자로 지목돼 붙잡혔다.

1954년 4월 전쟁 후 폐허가 된 서울에서 모인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영락교회에서 열린 제19회 총회 가운데 김필례 회장.
김필례가 있던 광주에선 3월 10일 대규모 만세시위가 일어났다. 김필례 부부는 만세시위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체포됐지만 그녀는 곧 석방됐다. 남편은 혹독한 문초를 받았으나 다행히도 증거불충분으로 석방됐다.

김마리아와 김필례 외에도 여성 성도들이 참여했다. 호남신대 최상도 교수는 일제 헌병대의 1919년 말 조사를 인용해 "만세운동 관련 기소피고인 총 1만 9525명 중 개신교인이 3426명으로 전체 17.6%에 이른다"라며, "특히 여성 피검자 총 471명 중 309명이 개신교인으로 65.5%나 차지해, 만세운동에 개신교가 특히 여성 개신교 지도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3.1운동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김마리아와 김필례는 이후 여전도회전국연합회 회장을 역임하며 여전도회를 발전시켰다.

1919년 10월 김마리아는 여성계 대표들과 '대한민국애국부인회'를 재조직하고 회장으로 선출돼 여성 민족운동을 이끌었다. 귀국 후 김마리아는 '장로교여전도회' 1934~1938년 4년간 회장을 맡아 여전도회 조직을 크게 발전시켰다. 김마리아 회장 재임 기간, 여전도회는 중국 산동지역에 여성 선교사를 파송했으며,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에서 여전도회주일도 제정됐다.

김필례는 1950~1959년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제17~20대 회장을 역임하며, 여전도회 재건에 앞장섰다. 6.25전쟁의 영향으로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운영이 어려웠을 때, 김필례는 미국 장로교 북장로회의 재정지원을 얻어 냈다. 1957년 월례회 인도책을 속간하면서 전국 지교회의 여전도회가 정기적으로 모이게 했고, 여전도회는 13개 연합회에서 26연합회로 증가했다.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최효녀 회장은 "전 회장 김마리아 선생과 김필례 선생은 2.8 독립선언과 3.1 만세운동, 임시 정부수립 등 한국의 근현대사 역사의 현장에서 여성으로서 주도적으로 활동했고 혹독한 고문 속에서도 신사참배 거부와 오직 나라의 주권을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온 일생을 바쳤던 믿음의 선배이며 훌륭한 여성 지도자이셨다"고 소개하며, "3.1절 103주년을 맞으며 다시금 신앙의 선배들의 뜻을 기리고 더욱 무릎으로 기도하며 신앙의 본질을 회복해, 신앙의 선배들이 지켜온 우리나라를 후대에 잘 계승해 나가자"라고 말했다.


최샘찬 기자

일경에 의해 피검된 대한민국애국부인회 간부(윗줄 가운데가 정신여학교 4회 졸업생, 회장 김마리아)
2020년 3.1절 101주년을 맞아 여전도회관역사전시관에서 열린 김마리아 전시회. / 한국기독공보 DB
1972년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여받은 김필례 선생.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