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인, 보수? ... "나는 중도" 47.3% 응답

기사연 2021 개신교인 인식조사 통계분석 발표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2년 02월 17일(목) 10:25



개신교인들이 '보수적'이라는 생각은 편견에 불과했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하 기사연, 원장:김영주)이 지난 15일 발표한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2021 개신교인 인식조사' 분석 자료에 따르면 개신교인들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진보도 보수도 아닌 '중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기사연이 지난 1월 19일부터 24일까지 개신교인 만 19세부터 69세까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정치적 성향에 대한 질문에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라고 답한 응답자가 47.3%로 가장 높았다. 지난 2020년 조사 응답자 중 39.8%가 '중도'라고 응답한 것보다 7.5%p 증가한 수치다. 2020년 정치적 성향을 진보라고 밝힌 개신교인의 비율이 31.4%였는데 2021년에는 30.4%로 1%p감소했으며,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2020년 28.8%에서 2021년 22.3%로 6.5%p감소했다. 흥미롭게도 진보와 보수의 감소 비율을 더하면 7.5%p와 정확이 일치한다.

교단별 정치적 성향에서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예장통합)의 진보와 보수 비율은 각각 33.3%와 21.4%인 반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예장합동)은 진보 23.5% 보수 28.6%로 차이를 보였다. 또 기독교대한감리교(기감)의 진보 보수 비율도 36.3%와 22.5%로 예장통합과 비슷하게 드러났다.

개신교인의 정치적 성향과 관련된 이번 조사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세대 간 차이의 복합성이다. 진보 성향의 비율은 50대 그룹에서 36.2%로 가장 높았고 보수 성향은 60대 그룹에서 34.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20대 개신교인의 급격한 보수화 경향도 눈에 띈다. 20대의 진보 성향 비율이 28.3%로 60대의 22.8%다음으로 낮은 수치를 보였는데, 20대의 보수 성향은 2019년 12.7%에서 2020년 22.3%로 9.6%p급증했다. 청년세대는 정치적으로 진보적이고 기성세대는 보수적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뒤집는 결과로 보인다.

한편 정치적 판단에 신앙이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적음'이 42.5%로 '많음' 31.4%보다 높게 조사됐다. 신앙이 정치적 판단에 영향을 적게 미친다는 조사 결과, 정치적 견해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는 세대 지역 직업 소득자산 신앙생활 연수, 교단 등의 차이에 상관없이 '언론보도'가 48.2%로 가장 많았고 정당(25.7%) SNS(7.9)순이다. 정치적 견해 형성 요소의 제시 항목 중 '교인의 성향'이 5.2%이고 '목회자의 권위'는 가장 낮은 2%로 교회 내 신앙생활이 개신교인의 정치적 견해 형성과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는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교계의 주요단체들이 연일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 입장을 강하게 피력하는 가운데 차별금지법에 대한 개신교인들은 '반대'보다 '중도'적인 입장을 취했다. 2020년 차별금지법 찬성이 41.1%, 반대가 38.2%였다면 2021년에는 찬성이 42.4%, 반대 31.5%로 반대가 6.7%p감소했다. 그러나 반대의 감소가 찬성의 증가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2020년에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의견에서 '잘모르겠음'이라고 답한 개신교인이 19.7%였다면 2021년에는 '보통이다'고 응답한 비율이 26.1%로 적극적 찬성도 반대도 아닌 중립적 의견 그룹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개신교인의 입장과 소속 교단의 상관성을 살펴보면 예장통합에서 찬성이 46.4%(반대 30.4%)로 가장 높았고, 예장합동은 52.1%(찬성 26.9%)가 반대입장을 취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찬반 이유가 개신교인의 종교적, 신앙적 가치가 핵심 이유는 아니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하는 개신교인의 다수인 67.9%가 '헌법적 가치에 따라 모든 사람의 인권은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꼽았으며'그리스도교는 차별받고 혐오하는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우선으로 사랑해야 한다'는 종교적 가치는 9.0%로 가장 낮았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이유도 '차별금지법은 여성 난민 동성애자에게 특권을 부여함으로써 역차별을 초대한다'는 이유가 38.1%로 가장 높았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찬반의견에 종교적 가치가 결정적 이유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된다.

대선을 앞두고 개신교인의 정치적 인식과 선택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사회 현안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개신교인의 관심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선 이후 정부의 우선적 해결과제에 대한 개신교인 응답자의 답변은 부동산 안정 49.5%, 경제성장 42.1%, 일자리 창출 41%순이었다. 최근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정부의 우선적 시행 과제로 경제성장, 국민통합, 공정사회, 경제양극화 개선, 부정부패 청산 등의 과제를 압도하는 것처럼 개신교인 인식조사에서도 경제가 지배적 위치를 차지했다.

발제를 맡은 정경일 교수(성공회대학교)는 "정치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의 인식 차이가 크지 않은 것은 개신교인의 '신자성'과 '시민성'이 일치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바람직한 현상일 수 있지만 교회가 시민사회보다 특별히 더 나을 것이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면서 "사회 현안에 대해 신자와 시민의 인식차이가 없다는 것을 '문제'가 아니라 '다행'이라고 여긴다면 종교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 것이다. 이번 인식 조사 결과 종교란, 교회란, 그리스도란 무엇인지 개신교인의 자기성찰을 위한 거울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통계분석 자료는 개신교인의 신앙 및 종교 생활 정도가 동시대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어떠한 관계를 형성하는지 묻고자 정치, 경제, 생태환경, 통일평화, 사회젠더, 신앙 등의 분야에 걸쳐 진행됐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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