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전도사가 교회 건축 어려움 겪는 목회자에게 500만 원 전달

이레교회 김종욱 목사 SNS 글 인연되어 배영호 전도사 선행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2년 02월 16일(수) 15:42
배영호 전도사가 준 봉투를 바라보고 있는 김종욱 목사.
우리 속담에 '과부 사정은 과부가 안다'는 말이 있다. 곤란하거나 어려운 일을 겪는 이를 이해하는 시각은 직접 그 일을 당해 보았거나, 그와 비슷한 형편을 만나야 생길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른 속담이다.

최근 용천노회 이레교회 담임 김종욱 목사도 자신이 매개가 되어 주변의 어려운 이가 어려운 이를 돕는 감동적인 일을 겪었다. 북한기독교총연합회 후원이사장 및 용천노회 남북한선교위원회 총무로 섬기면서 15년 여를 탈북민을 위해 사역해 온 김 목사는 탈북민 목회자들과 그 누구보다도 많은 소통을 하며 넓은 인맥을 쌓고 있다.

그는 최근 목회를 하다가 재개발로 인해 교회당을 잃어 부지를 매입하고, 그 부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던 한 목회자가 자신을 찾아와 대출이 막혀 앞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눈물을 흘린 사연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소명의 길을 함께 걷고 있는 목회자로서 아픈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런데 다음날인 12일 오전 평소 알고 지내던 탈북민 전도사가 찾아왔다. 장신대 신대원 3학년인 배영호 전도사는 "늘 우리 탈북민 목회자들을 도와 주시는 목사님의 글을 보고 아내와 상의하고 오늘 찾아 뵈었다" 며 500만 원이 든 봉투를 내밀었다.

배 전도사는 김 목사의 글을 읽고 자신이 특강 및 설교를 통해 받은 강사비를 교회당 건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목사에게 전해달라고 가져온 것이다.

배 전도사는 "우리 탈북민들이 도움만 받아서는 안된다. 작은 도움을 전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라며, "저 역시 형편이 넉넉해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님께서 지금까지 주신 것을 조금씩 모았던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더 하고 싶은데 부끄럽다"며 수줍게 돈이 든 봉투를 건넸다.

김종욱 목사는 "탈북민 목회자에게 500만 원은 5억 원과도 같은 큰 돈"이라며, "세상에 하나님 앞에 이런 귀한 친구가 있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목사는 배영호 전도사에 관한 일화 하나를 더 소개했다.

"보름 전 배 전도사가 진주의 한 시골교회에서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4시간이 넘게 걸려 교회에 갔는데 교인 3명이 앉아 있더랍니다. 코로나19로 월세도 내지 못하는 형편의 교회가 강사를 초청하고 강사비를 30만 원 정도 준 모양인데 배 전도사는 헌금함에 그 강사비를 모두 넣고 왔다고 해요. 세상에 이런 친구가 있나 싶어요."

김 목사는 위의 이야기도 SNS에 적어 놓았다. 며칠 후 한 목회자가 배 전도사에게 전해달라며 30만 원을 보내왔다고 한다. 자신도 힘들지만 더 어려운 이를 돌아보는 목회자들이 있는 세상, 그래서 세상은 아직 살만 한 것 같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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