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목회자 절반 가까이 사례비 거의 못받아

총회 북한선교연구소, '탈북민 목회자와 북한선교' 주제 세미나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2년 02월 16일(수) 14:27
탈북민 담임 목회의 교회 2/3 이상이 외부지원을 받고 있으며, 외부 지원이 끊기면 교회 유지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탈북민 담임 목회자들의 절반 가량은 사례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사실은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북한선교연구소(이사장:최태협)가 지난 15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그레이스홀에서 개최한 '탈북민 목회자와 북한선교' 주제 세미나에서 보고됐다.

총회 북한선교연구소의 의뢰로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종교사회학)가 주도한 이번 '탈북 목회자 설문조사'에서는 탈북민 교회의 60% 이상이 자립대상교회이며, 2020년 기준 교회 결산 금액도 1/4(24.4%)이 '1000만 원 미만'이라고 응답해 탈북민 교회와 목회자들의 재정 상황이 예상대로 매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총회 북한선교연구소의 이번 조사는 유효표본이 51명에 불과하지만 전국의 탈북민 교회가 총 68개, 탈북민 목회자 수가 100~200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조사결과 전까지 탈북민 목회자에 대한 제대로 된 통계가 없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조사로 평가되고 있다.

탈북민 목회자가 기독교를 처음 접한 시기는 2000년 이전이 43.1%로 가장 많았으며, 응답자 중 5명 중 3명(60.8%)이 중국에서 처음 기독교를 접했다고 응답했다. 이 응답은 탈북 과정이나 남한 입국 과정에서 기독교를 접했을 가능성이 높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으로 정재영 교수는 해석했다. 남한에서 기독교를 접한 비율은 23.5%이고, 북한에서 접한 비율도 7.8%나 돼 북한에서도 복음전도가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신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로는 '하나님의 부르심/소명'이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78.4%로 가장 높았고, 13.7%가 '구원의 기쁨으로 자원해서'라고 답했다. 신학을 하기까지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는 '경제적 문제(학비, 생활비)'라고 답한 이들이 39.2%로 가장 높았으며, '없었다'고 응답한 비율도 33.3%나 됐다. 이외에도 '탈북민으로서 목회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확신 부족(13.7%)', '목회자로서의 소명에 대한 회의감(5.9%)', '한국사회에서의 부족한 인맥(3.9%)'의 순으로 응답했다.

'목회 훈련 과정에서 탈북민으로서 차별을 받거나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31.4%가 '있다'고 응답했으며, 차별의 내용으로는 '전도사로 사역하고 싶어도 청빙을 받기 어려웠다'는 응답이 62.5%로 가장 높았다. 이외에도 '신학교에서 동료 학생들이 잘 끼워주지 않는 느낌(25.0%)', '교회에서 성도들이 무시하는 느낌(18.8%)', '사역하던 교회에서 담임목사로부터 존중 받지 못하는 느낌(12.5%)', '신학교에서 학교나 교수로부터 차별 받는 느낌(6.3%)'의 순으로 응답했다.

담임 목회자의 경우 본인이 주도해 개척한 경우가 81.1%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개척할 때 교회에 부임한 경우도 18.2%에 달해 기존교회에 청빙 받는 경우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회 사역 시작은 2016~2020년이 43.9%로 가장 많았으며, 출석성도수는 30명 이하가 36.6%, 31~50명이 26.8%로 50명 이하로 답해 교회의 규모가 매우 작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출석 성도는 탈북민이 65.5%로 가장 높았으며, 남한 성도가 31.4%, 조선족이 2.2%인 것으로 확인됐다. 탈북민 성도와 남한 성도의 관계에 대한 물음에는 59.1%가 '서로 잘 어울린다', 36.4%가 '보통'이라고 답해 대부분 남한 성도와 탈북민 성도가 차별없이 조화롭게 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탈북민 목회자라는 이유로 받는 이익과 불이익의 경험'을 묻는 질문에, 이익을 받은 경우는 '관심과 지원을 더 받을 수 있다(63.4%)', '부족한 점도 이해 받을 수 있다(51.2%)'라고 답했으며, 불이익을 받은 경우에 대해서는 '남한 목회자들이 무시한다(41.5%)', '남한 성도들이 거리를 둔다(39.0%)', '교회로부터 청빙이 되지 않았다(36.6%)'라고 답했다.

탈북민 교회의 장점(1+2순위)을 묻는 질문에는 '같은 탈북민으로서 동질감과 친밀감(97.6%)', '비슷한 처지에 있어서 위로와 도움이 된다(70.7%) 순으로 응답했다.

탈북민 교회의 단점(1+2순위)으로는 '헌금에 대한 개념이 없다'라는 응답이 48.8%로 가장 높았으며, '교회를 쉽게 떠난다(24.4%)', '직장 일 때문에 주일 교회 출석이 어렵다(24.4%)', '북한식 생각을 고집하고 있다(24.4%)', '믿음이 잘 자라지 않는다(22.0%)'의 순으로 응답했다.

탈북민 목회시 가장 어려운 점으로는 '헌신된 평신도 일꾼 부족(51.2%)', '재정 부족(48.8%)'라고 답해 목회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과 재정이 모두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목회 포기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92.7%가 '아무리 힘들어도 목회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답해 높은 소명감과 목회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통일 후 북한에서 목회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 96.1%가 '매우 있다'고 답해 거의 모든 목회자가 통일 시 북한에서 목회할 뜻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설문결과를 발표한 정재영 교수는 "담임 목회를 하는 경우 절반 가까이 사례비를 받지 못하고, 절반 이상이 교회 유지를 걱정하고 있어 탈북민 교회와 목회자들이 사역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탈북민들은 통일 후 남북한 주민간의 사회문화적 통합을 이끌 통일 역군이며, 북한선교의 최첨병 역할을 할 것이기에 이들의 경험과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9월 8일~11월 8일까지 탈북민 목회자를 대상으로 한 모바일 조사 방식으로 (주)지앤컴리서치가 조사했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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